이제 삼십대의 중반인 나이에, 돌아보면 취미가 책 읽기라 했지만 편식을 했던게 사실이다. 자기계발서와 자격증, 취미, 육아 관련 실용서 그리고 문학과 만화. 이때쯤되면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사십대를 생각하며 인문과 철학 도서에 자연스레 눈이 가는데 도무지 뭘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두꺼운 논어, 맹자에 덤비기는 무섭고 프로이트가 고집스레 늘어놓은 꿈의 해석을 완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여러 철학자의 생각을 두루두루 만날 수 있는 입문서를 찾다 이 책을 읽게됐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하여, 저자의 딸과 같은 소위 철학에 문외한인 보통 사람들을 위해 쉬운 철학서를 폈다고 했다. 바로 나같은 사람들이다. 관심은 있지만 뭐부터 읽어나가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도, 세상일에 많은 관심은 있지만 철학이라는 학문은 어려워 하는 스무살가량된 딸이 철학자인 아버지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문답형식으로 쓰여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신의 존재유무, 삶의 의미와 무의미 등 한 주제를 두고 나눈 저자와 딸의 대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철학이란 존재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절반가량도 존재, 삶에 대해 충실히 다루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과 타인과 어울리는 삶(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도 짚어주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학생들이나 새내기 직장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 책은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부녀의 대화는 재밌게 읽히지만 저자가 따로 남긴 코멘트는 차분히 곱씹어 읽으며 자신과 대화하며 읽어야 한다. 본래 철학이란 그렇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쉽게 읽힌다면 왜 통찰, 성찰하는 학문일것인가.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흥미과 깊이를 적절히 잘 섞어놓았다.
본 서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진화론적 생물학과 연관이 있을법한 '왜 섹스는 즐겁고 죽음은 즐겁지 않을까?'였다.
철학이란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사유로 끝나는 학문이라 생각했는데 편견이었다. 아빠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딸이 얼마나 될까 생각할 정도로 암컷과 수컷에 대한 노골적(?)인 단어들도 철학의 한 부분이라니. 연애하는 모든 남녀가 같이 읽으며 토론하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챕터였다. 이 부분을 즐겁게 읽었다면 데스몬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를 추천한다.
끝으로, 여러 철학자를 만났는데 개인적으로 쇼팬하우어와 스피노자, 마르크스를 더 알고싶다. 그들에 관한 책부터 읽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