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삶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다. 하루는 학교 일정으로, 하루는 집안일과 직장 일로 채워졌다. 그러는 사이 나는 '나'라는 사람보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퀸에이저』는 그런 내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그 역할들 뒤에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변 지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었다.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엘리너 밀스는 중년 여성의 삶을 흔히 말하는 '내리막길'이나 '위기'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십 대가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듯, 중년 역시 또 한 번의 성장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퀸에이저'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시기로 바라본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아이들이 성장한 이후의 삶이었다. 지금은 부모의 역할이 크지만, 언젠가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장점은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성공담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지금까지 가족과 일을 위해 애써온 여성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허락한다. 물론 일부 사례는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다소 거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퀸에이저』를 덮고 나서 나는 중년을 인생의 후반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 준다. 엄마로서의 삶이 소중했던 만큼, 앞으로는 한 사람으로서의 삶도 소중하게 가꾸어 가고 싶다. 어쩌면 퀸에이저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자신의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이름일지 모른다.
오십대를 시작하는 언니들 그리고 곧 오십을 시작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 모두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중년 여성에게 용기를 줄뿐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