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얄라알라
  •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우숙영
  • 16,200원 (10%900)
  • 2025-06-12
  • : 3,740

 

만화 '머털도사'에서 도술로 두 명이 된 머털이 중 진짜를 찾아내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무려 36년 전 작품이다. [어느 날 미래가 도착했다: AI 시대 인간의 조건]에서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leganger'니 '디지털 페르소나persona' 개념을 접하면서 내적 소름을 느꼈다. 한때 황당무계하다고 여겨졌던 그 설정이 2025년, 디지털 세계에서는 현실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

'인공지능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이색 직함으로 소개되는 저자 우숙영은 AI 시대를 "현실적이고 실존적"(9) 차원에서 탐색한다. "마음 가는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10)는 저자의 너그러운 안내에도 불구하고 맨 앞장부터 차근차근 책장을 넘겼다. '상실과 애도' '존재와 기억' '대화와 관계' '믿음과 신뢰' '추천과 선택' '위임과 책임' '고용과 일' '배움과 교육' '생산과 윤리' 그리고 마지막 10장, '죽음과 삶'까지...읽어 나가면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기술 논의가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또는 살아갈) '인간실존'에 대 정면으로 질문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만약 저자가 최신 AI 산업 지형도와 국제 규제, 국가 정책 등 기술적 이슈에만 주력했다면, 독자로서 나는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을 '남의 일, 먼 미래의 일'로 흘려보냈을지 모른. 하지만 우숙영은 한 줌의 AI 전문가나 엘리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AI 시대를 새로운 존재론으로 살아내 하는 보통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죽은 사람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것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20)

  • "디지털 도플갱어를 정말 나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62)

  •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대화에서 나의 발화와 욕망이 우선시된다. 우리의 삶에 이런 종류의 대화가 보편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98쪽)

  • "인공지능이 생각해낸 것을 내가 생각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62)

  •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은 정말로 인간의 기대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할까?”(179쪽)

  •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은 자동화하지 않을까?”(218쪽)

  •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은 어떤 역량을 말하는 걸까?"(240)

  • 이 질문들은 인류의 실존과 삶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물음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예술 전공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언어·데이터·AI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기획해온 이력만큼이나 앞선 질문을 답하기 위해 다채로운 자료를 끌어온다. 근미래 디스토피아 대표 드라마인 [Black Mirror]를 비롯해, [1984]의 '빅 브라더Big Brother와 [멋진 신세계]의 '작은 누이들 Little sisters',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After Yang](2022), [Her](2013)을 인용한다. 또한 AI 시대 인간이 마주한 실존적 문제를 보여주는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를 적절히 배치하여 읽는 이론적 논의를 삶의 문제로 끌어와준다. 예를 들어, 챗봇 앱과 6주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챗봇의 유도로 생을 마감한 벨기에의 한 남성, 암투병 중인 아버지의 챗봇, Dadbot을 만든 제임스 블라호스,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가 되었던 테일러 등 현실의 예는,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책 제목을 실감나게 살려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