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가에 초록이들 몇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적잖이 고민을 하곤 한다. 따스한 봄이 되니 지난 겨울 삭막해져 버린 화단을 예쁜 꽃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싱그러운 느낌의 표지 때문인지 제목이 전해주는 따뜻한 위안 때문인지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손에 들어 보면 생각보다 자그마한 책이다. 쓸데없이 두꺼워서 갖고 다니기도 힘들고 읽기에도 힘든 책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뒤 한 장 한 장 꼼꼼히 들여다 보니 식물을 키우며 깨닫게 된 여러가지 정보가 꽤 담겨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좋은 친구로 식물을 적극 추천해 주는 이 분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했던 차에 서두에 짧막히 적힌 저자의 이력을 보게 되었다. 적힌 걸 보니 저자는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작곡도 하고 베이스 연주도 하는 분이었다. 집 가꾸기 좋아하는 주부일 거란 선입견은 왜 들었을까? 식물을 정성스럽게 키운다는 게 일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라 여겨서일 거다. 연습도 해야 하고 곡 작업에 콘서트까지 해야 하는 분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식물을 키우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식물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강하게 들다니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저자도 여느 사람들처럼 집안에 예쁜 식물 하나 키워보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무조건 물, 햇빛만 듬뿍 주면 잘 자랄거라 생각했던 식물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걸 보며 초보 탈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녀. 그렇게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면서 식물 키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식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얘기해 주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식물 키우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사항 이외에 그녀가 직접 키우면서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정성들여 소개해 주는데 생소한 이름의 식물들이 많았다. 토마토, 고추가 아닌 수박을 키워본 것도 신기한 일이었고 키우기 힘들다는 열대식물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쳐 한 잎 한 잎 키워내는 그녀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렇게 고충을 겪으며 키워낸 식물들이 어찌 아니 이쁠까? 그 과정에서 얻어낸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을 위해 풀어놓았으니 우리는 낼름 받아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집 주변의 가까이 있는 식물원부터 멀리 다른 나라에 있는 유명한 식물원까지 세심히 들여다 보고 그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목소리에 설렘과 기쁨이 있었다.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면 저리 되는구나 싶었다. 나에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청소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아프고 힘들어도 기어이 일어나 눈에 거슬리는 곳을 치우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집안을 가꾸는 중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안을 밝혀주는 초록이들이다. 그들이 있어 집안에 생기가 돈다. 계절도 느끼고 감성도 피어난다. 아직은 초보 딱지를 떼지 못 해 무엇이든 척척 키워내지는 못 하지만 화원을 지날 때마다 눈을 주게 되는 건 그만큼의 애정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 번은 키워봐야겠다 하는 식물도 생겼다.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세심히 적어놓았기에 조언대로 키워보면 잘 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한 켠 외롭고 힘든 순간이 꼭 있는데 그럴 때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과 봉긋 솟아나는 꽃봉오리에서 힘찬 생명력을 느끼며 위안을 얻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그러한 위안을 얻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러한 위로를 얻고 싶은 또 다른 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