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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님의 서재
  •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
  • 한성희
  • 16,020원 (10%890)
  • 2020-01-28
  • : 8,153

큰 딸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지난 날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가까운 곳이 아닌 제법 먼 곳으로 보내서 그런지 그동안 지내왔던 시간들을 자꾸 더듬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떠올리다 보니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던 모습과 함께 의견 대립으로 티겨태격하며 말다툼하던 모습까지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안한 감정이 더 많이 들었다. 더 잘 이해해 주지 못하고 더 많은 얘기를 못 나눈 것에 대한 미안함때문일까 그렇게 사랑을 쏟고 정성을 다했는데도 엄마로서 모자랐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대학 기숙사로 짐을 싣고 떠나는 날, 딸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었다. 딸의 학창시절이 담긴 사진들과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담긴 미니 앨범, 그리고 편지 한 통이 그것이다. 3장에 걸쳐 빽빽하게 써내려간 편지에는 딸에 대한 고마움과 격려, 응원이 담겨 있었다. 그 3장에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적자니 종이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도 해주고 싶은 말을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복사본을 나도 갖고 있다. 한번씩 딸에 대한 내 절절한 마음을 꺼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서 남겨놓은 것이다. 딸은 가져간 편지를 한 번씩 그것을 꺼내 보며 엄마 마음을 확인해 줄까? 아마 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딸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제목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었다. 딸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많은 경험들과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엄마로서 좀더 잘 이해하고 다독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로서 진솔하게 얘기해 주는 게 제일 좋은 대화법이겠지만 엄마도 부족하기만 한 인간인지라 자기 생각과 기준에 맞추어 말을 한 때도 많다. 나도 예전에는 한 사람의 딸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겪은 일들이 있고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딸을 키우며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에 비추어 양육해 왔다. 그것이 내 나름 최선이었다 하더라도 돌아보면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내 아이와 같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거침없이 변화해 가는 요즘의 사회를 보면 어떻게 쫓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빠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내 딸이 한 발을 디디려고 한다. 아직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집에서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면, 집에서 지켜보며 조언해주던 때와는 달리 아이 혼자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아갈지 걱정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한 번씩 대화를 나누어 보면 스스로 많은 걸 깨닫고 알아서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경험하며 내공을 쌓아가는구나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4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20만 명의 환자를 치료해 온 분이다. 그런 분이 딸의 결혼 계획을 듣게 되자 딸에게 30년 동안 해주지 못 했던 삶의 조언을 해주려 한다. 세상과 자아에 대하여, 일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감정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총 5장에 걸쳐 세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자신이 만났던 환자의 얘기를 통해서 혹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여러 인간상을 예로 들며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지 얘기해 주는 것이다. 읽다보니 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내용들이 참 많았다. 무엇이든 책임감 있게 잘 하려는 딸은 전형적인 리더형이다. 그럼에도 늘 앞에 나서려 하진 않는다. 곁에서 도움이 된다면 어떤 궂은 일도 마다 않는다. 그러다 보니 힘들어 할 때도 많다. 그것이 반복된다면 어찌될까? 고등학생 때에 비해 대학생이 된 지금은 나름의 방법으로 잘 극복해 가고 있는 듯한데 아마도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예로 들며 조언을 많이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위로와 응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로서 무언가 더 마음에 와닿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분명하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해진 거 같다. 내 자신에게도 딸에게도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는 아주 좋은 내용의 책임에 분명하다.

부모와 자식은 애증의 관계라고 한다. 한없이 사랑을 쏟다가도 이렇게 속을 썩이는 인간이 있을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래도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 행복한 삶 가운데 부모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음에도 어떻게 얘기할 지 잘 몰랐던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혹시 말로 해주는 것이 어렵다면 이 책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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