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눈에 들어온 그으 러시아어로 된 문장의 일부인 러시아어 단어들이었다. 사실 그는 전혀 무의미했다(소설가의 음모에 숨겨진 그럴싸한 의도를오연의 불꽃 속에서 발견하리라 기대했을 수도 있어서가 아니라), 문자그대로 영어로 옮겨보면 ……을 항상 찾아내려는 당신의 태도….…‘쯤이 것이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의미가 아니라 내 언어로 쓰였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서배스천이 클레어 비숍의 편지들 바로 옆에 보관해둔 편지의 주인인 그 러시아 여인, 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좀 혼란스럽고 신경이 쓰였다. 다시 까맣게,
차갑게 식어가는 벽난로 옆 의자에서 책상 위 아름다운 램프 불빛과 열린 서랍 위로 삐져나와 흰색으로 밝게 빛나는 종이, 빛이 다 닿지 않아 대각선으로 나뉘어 반은 그늘진 채 파란 카펫 위에 달랑 놓인 큰 종 이 한 장이 보였다. 얼핏 책상에서 투명한 서배스천의 모습을 본 듯했다. 아니면 나는 잘못 찾아간 로크브륀에 대한 구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침대에서 글을 쓰는 편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