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던 누군가의 눈을 2000배로 확대하면 그 눈은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은하수처럼 보일 것이다. 누가 사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38
한 사람의 얼굴에는 한 권의 소설 같은 수많은 문장이 들어있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어린 아이일수록 문자의 수가 적다. 그러니 순수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문장이 늘어나고 복잡해진다. 그러다 나이 60이 넘으면서 단순해진다. 주름이 많다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호불호만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 직후에는 평(平)이라는 기호로 남는다. 얼굴은 사람의 본질이자 정체성이다.- P58
큰 얼굴, 큰 눈동자, 큰 입술에서 느껴지는 영혼과의 교감은 실제 사람과의 대화보다 더 깊이가 있고 진지하다. 상상해보라. 몇 배로 확대한 부모님의 깊은 주름과 세월의 흔적이 담긴 피부와 수염을 자세히 본다면? 늘 보던 부모님의 얼굴, 수십 년간 함께 살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든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한꺼번에 다가올 것이다. 그것은 슬픔으로 혹은 사랑으로 감동을 준다- P40
사진을 보면 찍은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특히 버리는 사진에는 더 솔직한 마음이 들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버리거나 지우거나, 선택하지 않은 사진들을 한번 펼쳐놓고 살펴보길 바란다. 당신이 타인에게 감추고 싶은 것, 당신의 욕망, 당신의 결핍, 드러나지 않은 마음들, 미처 마주하지 못한 진실들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안아줄 때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의 스타일이 된다.-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