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에너지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너무 소박한 비유다.몸짓이든 입말이든 언어는 우주적 시공을
가로 지르는 거대한 소통 에너지다.
28년 전, 지금은 아내가 된 사람의 ‘좋아요‘라는 말 한마디가 수십 년 동안 생명력을 갖고 삶의 동력이 되어 우리 아이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혀와 몸짓을 통해 그런 초월적 에너지를 마구 내뿜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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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글이나 교과서에서 즐겨 쓰는 언어는 대체로 규격품 포장 용지로 장식돼 있다. 그런 장식용 표현은 당신의 내면에서 활약하는 언어의 맛과 향기, 신선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소설 쓰기를 열심히 하던 시절, 나는 교과서용 언어들을 냉소적으로 노려보면서 내뱉곤 했다. "밥맛이야!" 그 당시나 지금이나 나는 교과서용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맛있는 입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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