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의 정원 신간, 김윤선 작가 에세이 <오늘부터 채식주의>는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공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내서다. 저자 김윤선은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도심 속 요가원인 '니콜의 비건 플로우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000년부터 채식을 시작해 2009년 온전한 비건의 삶으로 접어든 그는 자연과 동물의 공존을 염원하는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다. 앞서 출간한 <로맨스보다 예술>,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시집 <절벽수도원>, <가만히 오래오래>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담백하고 서정적인 문체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내가 먹는 한 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단단한 식탁 철학을 다루며 무해하고 따스한 삶의 방식을 찾는 독자에게 훌륭한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채식에 얽힌 일상, 역사, 실용적인 요리법을 아우른다. 1부에서는 식탁 너머의 생각들을 다루며 매일 마주하는 식재료의 추억을 짚어본다. 12쪽 '가지가지 귀한 가지' 편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던 매콤한 양념의 가지 찜을 회상하는 장면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2부에서는 피타고라스, 호아킨 피닉스,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매카트니 등 널리 알려진 채식주의자들의 궤적을 쫓는다. 88쪽 동물의 내장을 자신의 내장에 묻는 죄를 지적하며 살아있는 소 대신 밀가루와 꿀로 소 모양 케이크를 제단에 바친 피타고라스의 일화는 흥미를 돋운다.
3부 '오리 생각' 편에서 저자가 호숫가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요가 비틀기 동작을 할 때 오리 떼가 진지하게 쳐다보던 일화는 모성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의 신비함을 전한다. 4부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건 레시피로 채워졌다. 메밀소바는 가쓰오부시 대신 백김치 국물과 간장으로 채수 쯔유를 만들어 여름밤의 식욕을 돋운다. '당근 하나로 김밥'은 채 썬 당근을 볶아 간장, 식초, 고추냉이 소스에 찍어 먹는 신선한 조합 & 맛깔나는 색감을 선보인다. 264쪽 '케일 쌈밥'은 데친 케일에 으깬 두부와 간 토마토를 섞은 쌈장을 얹어 건강한 감칠맛을 낸다.
<오늘부터 채식주의>가 제시하는 나와 우리, 지구가 평화로이 공존하는 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다정한 발걸음에서 출발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나가 제철 채소를 고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감각하는 일이 그 시작이다. 요리할 때는 식재료가 품고 있는 태양, 바람, 비, 농부의 수고로움을 헤아리며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알뜰히 다듬어 식탁에 올린다. 유기농 채소 잎사귀에 붙어 있는 작은 벌레를 털어내며 미안한 마음으로 길가의 개미 한 마리도 밟지 않으려 발걸음을 조심하는 태도는 뭇 생명을 향한 존중을 일깨운다. 매끼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맹세보다는 일주일에 단 며칠이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배제한 채소 위주의 식단을 꾸려보는 유연한 시도가 중요하다. 소박한 실천들은 내 몸을 맑게 돌보는 것을 넘어 과다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동물들의 불필요한 희생을 막아준다. 종국에는 지구라는 커다란 생태계 안에서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연대로 이어진다.
비건이거나 비건이 아니더라도 이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 책은 탁월한 길잡이가 된다. 무결점의 채식주의를 강요하기보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부드럽게 바꾸어 놓는다. 육식 위주의 현대 사회에서 환경과 동물을 배려하는 식습관은 결국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김윤선 작가가 다듬어 놓은 사려 깊은 문장들을 따라가며 스스로에게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스며든 건강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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