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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n님의 서재
  • 정호근쌤의 인생신당
  • 정호근
  • 17,100원 (10%950)
  • 2026-05-13
  • : 230




김영사 신간 <인생신당>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정호근은 198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선덕여왕>, <허준>, <광개토태왕> 등 이름난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명배우였다. 2014년 11월 돌연 무속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현재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정호근쌤의 인생신당'을 운영하며 영적 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최근 MBN <특종세상>을 비롯한 인터뷰를 통해 무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가족사와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무속인이 된 그의 오랜 관찰과 통찰이 책 전반에 빼곡히 녹아 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다정한 문장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한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흔들림 없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인생신당>은 총 5부로 나뉘어 인생, 성공, 인간관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지혜를 전한다. 1부 시작부터 기러기 아빠로서 떨어져 지내며 겪었던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을 고백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좁은 신당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사연을 통해 얄팍한 성공의 잣대, 탐욕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106쪽에서 어떤 일을 하든 기쁜 마음으로 대하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인생이라 정의한다. 돈이 넘쳐도 매일이 지옥인 자산가와 가진 것 없어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의 기준을 묻는다. 인생이라는 홀로 걷는 길 위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진심으로 소중히 대하라는 조언은 각박한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공허함을 다스리는 핵심은 과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라며.. 사랑도 성공도 관계도 결코 영원히 내 손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함을 일깨운다. 183쪽 죽음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자연법칙일 뿐이므로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정호근의 실제 삶은 한 편의 비극적인 드라마와 같았다. 친할머니부터 이어진 신의 굴레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 두 아이를 가슴에 묻는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었다. 노승의 입을 빌린, 쉰한 살 무렵 무당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가혹한 운명의 경고 앞에서 그는 좌절했다. 피할 수 없는 파도처럼 신병이 밀려오고 배우로서의 삶마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신의 부름을 받아들였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신의 바다에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는 결단이었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사실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내면의 목소리와 반복되는 신호가 있었다는 뼈아픈 깨달음은 그를 영적인 조언자, 카운슬러의 궤도로 이끌었다. 무속인의 운명을 함께 짊어졌던 여동생마저 작년에 먼저 떠나보내는 시련 속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달래는 일에 매진하는 그의 행보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신당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은 우리에게 분명하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묻는다. 삶을 결정짓는 것은 정해진 팔자나 운명보다 그 인생을 어떻게 다루고 가꾸느냐는 본인의 굳건한 의지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 최고나 화려함만을 좇으며 자신을 볶아치는 어리석음, 분에 넘치는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애초에 내가 통제하고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는 대신 자신의 그릇에 맞는 '편안한 욕심'을 가져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처럼 인생은 결국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홀로 웅크리고 있을 때조차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의 단단한 마음가짐이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길을 잃고 공허함에 빠지기보다 내면의 진실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인생신당>이 우리에게 쥐여주는 생의 점사, 다정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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