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출신의 작가 파얌 에브라히미와 일러스트레이터 하디 바그다디가 만나 전쟁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꼬집은 그림책 <교실에 떨어진 폭탄>이 책과콩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어요.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글쓰기를 택한 파얌 에브라히미는 전작 <진정한 챔피언>에서도 보여주었듯 사회적 쟁점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가랍니다. 여기에 202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고 2023년 나미 콩쿠르에 입상한 하디 바그다디의 아기자기하고 상징적인 화풍이 더해져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참혹한 분쟁이 벌어지는 지금 이 시대에 평화와 안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귀중한 그림책이에요.
어느 평화로운 봄날.. 고요한 교실 한가운데에 거대한 폭탄 하나가 떨어져요. 다행히 당장 터지지는 않았지만, 폭탄을 발사한 장군은 옮기다가 터질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폭탄을 치우지 않지요. 결국 생사를 오가는 위태로움은 고스란히 아이들, 선생님들의 몫이 된답니다. 그림책 속 장면들처럼 아이들은 뛰지도 크게 소리치지도 못한 채.. 숨죽여 폭탄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터득해요. 폭탄 역시 다정하고 착한 친구가 되려 하거나, 옷걸이 또는 커닝을 가려주는 벽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이한 장면들이 이어지지요. 차가운 잿빛의 거대한 불발탄과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일상이 한 공간에 놓인 몽환적인 대비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방치된 일상의 불안을 생생히 전달해요.
교실 안의 폭탄은 피가 튀는 끔찍한 전면전의 묘사가 아니라 언제 삶을 앗아갈지 모르는 거대한 공포 자체를 상징해요. 어른들의 무책임한 방관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폭탄과 친구가 되어야만 했던 아이들의 처지는 안타깝고 먹먹하게 다가오지요. 마침내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남은 폭탄이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서글픈 여운을 안겨준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최악의 비극은 피했지만, 결국 그들의 안식처이자 배움터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음을 보여주며 폭력이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증언하고 있어요.
<교실에 떨어진 폭탄>은 단순히 어린이들에게 반전의 교훈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위험을 외면하고 아이들을 방패막이 삼은 어른들의 이기적인 세계를 준엄하게 꾸짖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뼈아픈 질문을 던지지요. 하디 바그다디 특유의 세련된 선과 색감은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주제 의식을 단단히 받쳐 줘요. 어린이들에게는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철학 도서이자, 어른들에게는 이란, 우크라이나 등 도처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통찰하게 하는 그림책으로서..
모든 세대가 서가에 소장하고 오래도록 펼쳐볼 가치가 충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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