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신간, <무비랜드 메이킹북>은 모빌스그룹의 창업자이자 무비랜드 극장주인 '소호'가 30석 규모의 단관 극장을 기획하고 완성하기까지의 치열한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 소호는 2020년 모춘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설립해 유튜브 채널 모티비와 노동자를 위한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전개하며 감각적인 브랜딩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이 책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넘어 메시지의 한계를 느끼던 브랜드가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 플랫폼으로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확고한 취향과 단단한 심지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가는 창작자, 기획자들에게 리얼한 실행 가이드와 깊은 영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라인을 퇴사한 소호와 모춘이 유튜브 채널 모티비로 시작해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탄생시킨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일에 대한 메시지를 티셔츠와 포스터로 전달하며 노동절 팝업 스토어에 수만 명을 모았던 이들은 브랜드가 전할 이야기의 고갈을 마주한다. 2022년 봄 미국 패션 브랜드 브레인데드가 운영하는 '페어팩스 시어터'에서 영감을 받은 모춘의 제안은 무비랜드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신호탄이 되었다. 영화라는 무궁무진한 종합 예술을 통해 다채로운 서사를 담아낼 아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들의 극장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멀티플렉스나 전통적인 독립 극장과는 궤를 달리한다. 폐관 위기에 처한 사양 산업이라는 우려 속에서 이들은 영리하게 '팝업 2.0'이라는 B2B2C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브랜드는 극장이라는 무대를 통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객은 영화와 공간 경험을 무료로 누리며 무비랜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삼각 구도를 설계했다. 공간 마련부터 시나리오 작성, 영사기사 자격증 취득, 낡은 건물의 건축과 가구 제작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실무의 과정이 책에 담겼다.
30석 규모의 소극장이 거대 자본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안해 낸 파격적이고 참신한 시도들은 무비랜드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형성했다. 2024년 2월 개관 이후 문상훈, 박정민, 신우석, 이제훈, 엄정화 등 각계의 인물들을 큐레이터로 섭외해 그들이 고른 구작을 상영했다. 상영작마다 모춘, 해린 등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오리지널 아트워크 포스터와 한정판 지류 티켓을 새롭게 제작해 관람객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다채로운 영화 페스티벌과 팝업 이벤트를 끊임없이 기획해 극장을 단순한 관람 공간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문화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대부>, <백 투 더 퓨처>, <조커> 등 명작들이 무비랜드만의 시각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브랜딩의 묘미를 보여준다.
우리가 무비랜드를 직접 찾아가야 할 이유는 이 공간이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감각적 경험에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아날로긱한 낭만, 영화를 매개로 사람과 브랜드가 교감하는 현장감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왓챠, 비너스, 브루터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공간을 둘러보고 세심히 조율된 플랫폼을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입체적인 브랜드 탐구다.
<무비랜드 메이킹북>을 읽고 곁에 두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험난한 창업 생태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책상머리에서 쓰인 이론서가 아닌 현장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밴 치열한 생존 기록이다. 단순히 극장 하나를 짓는 과정을 넘어 브랜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지를 증명하는 훌륭한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이기도 하다. 효율성과 가성비만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좋아하는 마음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해 낸 뚝심 있는 기획의 결과물은 막연한 두려움을 앞둔 수많은 창작/기획자에게 실용적인 매뉴얼이자 단단한 용기의 원천이 되어준다. 브랜딩의 방향성을 잃었거나 오프라인 공간 기획의 실마리를 찾고 싶을 때..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스스로 묻고 답하며 끝내 '무비랜드'라는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 낸 모빌스그룹의 여정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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