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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n님의 서재
  • 베리에이션 루트
  • 마쓰나가 K 산조
  • 15,300원 (10%850)
  • 2025-02-24
  • : 3,310



은행나무, 마쓰나가 K 산조 장편소설_<베리에이션 루트>. 저자는 '재미있는 순문학(오모로이 순문)'을 지향하는 신인 작가로 이 소설로 제17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하타'는 중소 건물 외장 보수 업체로 이직한 지 3년 된 가장이다. 메이저 업체의 하도급 계약 만을 집행하기로 회사 방침이 정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불안해졌다. 갈수록 회사 재정상황이 어려워지고 정리해고, 칼바람 루머가 사내에 돌면서 하타는 생존하기 위해 회사 산행 모임에 적극 참석하기 시작한다.


한편 등산 모임에서 하타는 영업 2과 주임 '메가' 씨를 만난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등산로를 개척하는, 이른바 '베리에이션 루트'를 선호하는 그는 회사에서 알려진 '아웃사이더'이다. 회사 방침과는 별개로 이전 계약한 군소 업체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원도급 계약을 따내려는 메가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그는 회사의 눈엣가시로 취급받기 시작하는데..


회사 인사 책임권자와 개인 면담을 앞두고 불안에 휩싸인 하타. 천연덕스럽게 휴일마다 '베리에이션 산행'을 떠나는 메가의 행적에 관심을 가지고, 마침내 그와 함께 고베시 미카게 역 북쪽의 '니시 산'을 오르게 된다.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잘 닦인 등산로를 벗어나 덤불, 계곡, 폭포, 절벽 등을 타고 넘는 험준한 '베리 등산'에 하타는 점점 지쳐가고 멘탈 또한 무너져 간다. 산행 도중 평소에 숨겨 왔던, 최악으로 치닫는 회사 분위기 그리고 '메가' 씨의 단독 업무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하타. 메가는 별다른 대답 없이, 얼굴을 덮은 바라클라바 뒤로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험준한 산속을 헤치고 들어가는데.. 겨우 반나절 베리 산행으로 자신감이 붙은 걸까? 선두에 나선 하타는 바위 급경사면에 뿌리를 내린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는 객기를 부리다가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갑작스러운 산악 조난사고 직전, 메가 씨의 도움으로 안간힘을 쓰다가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하타. 만신창이가 된 하타는 메가 씨의 산행 도구 '픽스틱'을 손에 쥔 채로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급히 집으로 귀가한다.


'베리에이션 루트'를 처음 겪은 후유증으로 급성 폐렴에 걸린 하타는 20일 가까이 휴가를 쓰고 요양을 하는데.. 복귀한 회사는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가 물러난 것처럼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과연 메가와 하타는 회사에서 살아남아 업무를 이어갈 수 있을까?



메가와 하타에게 '베리에이션 루트'는 어떤 의미였을까? 누구든 걷고 오를 수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 홀로 덤불이 무성한 미개척지 깊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 어쩌면 각자의 인생은 언젠가는 잘 다져지고 정비된 외길에서 자의든 타의든, 벗어나고 튕겨져 나와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 길을 걷다 보면 곰과 호랑이 같은 야수의 공격을 받거나, 수풀에 숨은 독사에게 뒤꿈치를 물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운 좋은 이들은 험난한 길을 헤매다 확 트인 낙원에 들어서 이후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도 있겠지. 또는 어둠과 공포에 사로잡혀 같은 길을 수없이 맴돌다 산에 갇혀 불귀의 객이 되거나 정신이 나가는 이들도 부지기수라.


모름지기 인생사 새옹지마. 인간은 늙어갈수록 같이 걷는 이 뿔뿔이 흩어지고 끝내 홀로 남아 알 수 없는 불모의 길, '베리에이션 루트'를 걸어간다. 메가와 하타는 각자의 산행 루트를 개척하고 맨몸과 두 발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사회생활의 고단함, 불안정함을 떨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환각에 가까운 몽롱한 느낌, '베리 하이'를 경험하기도 한다. 만약 그들이 정석적인 등산로만 고집했다면, 아예 산을 찾지 않았다면 삶의 동력, 추진력을 잃었을 것이고, 진즉 생의 험난한 급경사면을 버티지 못하고 저 아래로 추락했으리라.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저 산이 있기에, 자신만이 개척하고 돌파할 수 있는 미지의 길이 존재하기에.. 세상의 모든 '메가'와 '하타'는 힘겨운 오늘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 마쓰나가 K 산조 장편소설_<베리에이션 루트>. 이런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삶이 흔들리고 혼란할 때마다,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산을 바라보고 찾는 이들. 언젠가 획일적인 등산로를 벗어나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하고자 하는 분들. 혹시나 지금, 무성한 덤불과 뻗은 나뭇가지를 피켈과 스틱으로 헤치며 산길을 헤매는 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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