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의 말이 없는 '무법자'들. 세상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고, 두려움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흉터투성이의 피 흘리는 무법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그들을 어머니의 품으로 감싸는 소수의 여인들. 무법자들의 피는 땅으로 흘러내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후손들은 새로운 무법자로 태어나 무정한 세상에 복수를 감행한다.
2021 골드대거상 수상작, 크리스 휘타커 지음_<나의 작은 무법자>.
한적한 해안가 도시 '케이브 헤이븐'에 30년 복역을 마친 '빈센트 킹'이 귀환한다. 경찰서장 '워커'는 죽마고우이자 살인죄를 저지른 빈센트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복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 술집과 클럽을 전전하며 더치스, 로빈 두 남매를 돌보는 '스타 래들리'는 30년 전, 자신의 동생 '시시'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인 빈센트를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셋은 저마다 비밀스러운 사연, 미묘한 감정을 숨기고 주변을 맴돈다.
어느 날 '스타'가 집 안에서 살해당하고 빈센트는 자신이 범인이라며 출동한 워커에게 자수한다. 워커는 범행도구로 쓰인 총이 발견되지 않은 점, 부동산 업자이자 클럽의 주인인 '디키 다크'가 수상쩍은 행동을 보인 점을 들어 친구 빈센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은 더치스와 로빈. 워커는 그들을 멀리 떨어진 몬태나의 외할아버지 '핼'이 관리하는 목장으로 피신시킨다. 더치스는 반항적이고 가시 돋친 화법으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자신 안에 무법자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어머니 스타의 죽음을 목격한 것으로 보이는 로빈은 악몽에 시달리고, 믿음직한 핼의 보호 아래 점차 안정을 찾는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던 더치스가 곁을 지키는 핼에게 마음을 열 무렵, 핼은 다크의 접근을 막으려다 총을 맞고 숨을 거둔다. 세상은 무법자에게 시련을 안기고, 따스한 안식처를 앗아간다고 했던가.
또다시 보금자리를 잃고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 두 남매. 더치스는 자신의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인해 로빈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복지 시설을 탈출해 고향 '케이프 헤이븐'으로 향한다.
그녀가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빈은 빈센트가 범인임을 짐작게 하는 그날의 기억을 넌지시 털어놓는다. 워커의 수사 문서 조작, 또 다른 옛 친구이자 변호사 '마사'의 적극적인 변호로 말미암아 빈센트는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고, 더치스는 '무법자'는 반드시 복수한다는 신념 아래 그를 죽이기 위해 홀로 떠난 것이다.
한 편 빈센트는 지금까지 숨겨온 스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워커에게 털어놓는다. 자취를 감추었던 다크 또한 자신의 숨겨진 가족사를 그에게 고백하며,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빈센트는 왜 모든 범행을 뒤집어쓰고 죄악의 불구덩이를 향해 뛰어든 걸까? 더치스는 절벽 끝에 선 그를 향해 복수의 총탄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들은 자신의 발끝에 매달린 이들을 건져 올려 구원할 수 있을까.
무법자들은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동족들을 알아보곤 해. 그들은 어린 무법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듬직한 무법자들의 희생이 있기에.. 살아남은 이들은 오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빈센트 킹, 워커, 스타, 디키 다크, 핼, 더치스.. 그들 모두 무법자의 피가 흐르는, 세상이 자신을 튕겨내고 억누르더라도 곧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맞서는 이들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 순진무구한 아이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가는 강인하고 용맹한 이들. 진정한 무법자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 크리스 휘타커 <나의 작은 무법자>.
탄탄하고 깊이 있는 서사, 장대한 풍경과 세밀한 감정을 그린 문장이 감탄을 자아내는, 근래에 접한 범죄 스릴러 소설 중 손꼽을 만한 수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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