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Raven님의 서재
  • 바보들의 배
  • 제바스티안 브란트
  • 16,200원 (10%900)
  • 2025-02-07
  • : 1,560






여기 바보들을 가득 태운 배가 있다. 하나 둘 태우다 보니 60명의 바보들. 만선인 탓에 나중에 타는 이들은 배 꼭대기, 돛대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제멋대로인 이 바보들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관찰하고는, 풍자하고 비꼬는 글을 남겼다.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문인인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탐욕적이고 어리석고 타락한 60가지 바보들의 천태만상을 한 책에 실었다. 그가 펴낸 <바보들의 배>는 중세 말기의 최대 걸작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여 현재까지 이어졌다.



처음 등장하는 바보는 책을 수집하고 서가에 모셔놓기만 할 뿐, 실제로 읽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은 구들장이 무너질 정도로 수천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남들에게 자랑하려는 과시 목적일 뿐 자신의 지식을 불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초반의 이 대목부터 서가의 책에 포위된 난 가슴 찔리고, 허영과 과시욕에 물든 바보로구나 자각하고 반성하게 한다. 차례로 아끼지 않고 낭비하고 외양만 치장하는 바보, 배우고 참회하지 않고 노욕, 자만에 찌든 늙은이, 참된 우정과 친교를 스스로 끊어내는 바보, 육욕과 쾌락에 중독된 자들, 충분한 대비 없이 대규모 건축을 시작하는 바보, 순간의 행운에 취해 영원한 불행을 부르는 자,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자 등이 저자의 도마에 올라 고발 당하고 꾸지람을 받는다.


그 외에도 34번째 바보로 지목된 어리석은 방랑자는 의미심장하다. 온갖 지혜가 집 안에 혹은 곁에 있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멀리 이국을 떠돌며 헛된 경험을 쌓고, 아까운 시간과 젊음을 낭비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과거에도 이런 이들이 존재했나 보다. 단지 새로워 보이는 것, 허나 그 속을 캐보면 하찮고 어리석은 것들에 혹하여 국경을 넘어 머나먼 이국을 떠도는 이들. 그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어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만, 아무런 지식이나 자기 발전을 위한 습득물 없이 빈손으로 더 어리석은 상태로 집에 돌아온다. 자신의 집에서 혹은 가까이에서 바로 앞에 흘러든 지혜의 강물을 외면하는 자는 멀리 낯선 땅에 놓여서도 똑같이 무지하고 어리석은 습관,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단지 여권 스탬프를 늘리고 여유 자금을 소진하고,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장거리 이동 행위를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진실로 참된 삶의 지혜와 덕은 자신의 가까이, 일상 속에 숨어있는 법이다.



희부연 안개를 헤치고 바보들이 탄 배가 기우뚱대며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어디로 나아가는 지도 모르고 선두에 서서는 술을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우고 있다. 누군가는 싸움을 부추기려 험담을 하고, 분노와 시기심, 질투를 못 이겨 주먹다짐을 벌이는 이들은 배의 앞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어디선가 태풍이 밀려오거나 혹등고래와 마주치거나, 해적선이 기습이라도 한다면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신세가 될 것이다.



15세기에 펴낸 '우인 풍자문학'이지만 지금 시대에 더 큰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책, <바보들의 배>.

저자 '제바스티안 브란트'가 풍자하고 꼬집는 60 명의 바보들이 '나 자신' 이 되지 않도록 항상 되돌아 보고, 어제보다 나은 삶을 견지한다면.. 위태롭게 표류 중인 '바보들의 배'에 탑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구텐베르크 출판사, 제바스티안 브란트 <바보들의 배>는 보다 지혜롭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한 나침반, 평생 지침서로 쓰이기에 충분하다.





#서평단 #도서제공협찬 #제바스티안브란트 #구텐베르크 #바보들의배 #신간추천리뷰 #우인문학 #돈키호테 #고전베스트셀러 #인생지침서 #인생나침반 #풍자문학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