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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몽북스
  • 제임스
  • 퍼시벌 에버렛
  • 15,750원 (10%870)
  • 2025-09-04
  • : 9,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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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도서지원 받아 쓴 서평입니다 >


「제임스」는 고전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헉(허클베리)'의 동행자였던 흑인 노예 '짐'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이야기이다. 짐은 가족들로부터 떨어져 다른 곳으로 팔려가지 않기 위해, 헉은 자신을 학대하는 술고래 아버지를 피해, 각각 집에서 도망치다 만나고, 함께 동행한다. 헉의 입장에서 이 여정은 "모험"이지만, 짐에겐 "사투"에 가까워 보인다.


19세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그 당시 존재했던 노예제도의 잔임함, 인종차별의 역사, 부조리 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당시 백인들은 노예들에게 우월의식을 가진 채, 그들이 생각하거나 감정을 가진 존재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 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일까. 재산 혹은 소유물로 간주된 노예들이 백인 자신들을 앞서는 느낌을 주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면 이는 모진 매질과 죽음으로 이어진다.  


(...) 가끔 웅얼거리기도 하렴. 그럼 백인들은 우리에게 웅얼거리지 말라고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거든. 그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고쳐주고, 우리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면서 즐거워하지. 기억하렴. 그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더욱 무시할수록 우리끼리는 더 많이 말할 수 있게 된단다. ___38p


하지만 노예들은 이 점을 다르게 이용한다. '노예 말투', '노예 문법' 등을 학습하여 일부러 어눌하게 말하고,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대신 멍청한 백인에게 간접적으로 힌트를 주면서, 뒤에서는 백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흉본다. 이러한 방식은 풍자라는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주체성과 자유를 빼앗긴 이들의 또다른 발버둥처럼 보이기도 하여 씁쓸함도 함께 뒤따른다. 


주인공 짐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노예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총명함은 군데군데 장면에서 묻어나온다. 어린 백인 소년이었던 헉에게 짐은 노예가 아닌 친구이자 동료로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꽤나 철학적이다. 헉이 질문하고 짐이 대답하는 형식의 대화들은 노예 제도가 지닌 부조리, 폭력성, 근원적 의문이 담겨 있고, 이는 나에게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번지게 했다.   


 

내 연필은 내가 새롭게 말린 노트의 책장들을 더 단단하게 움켜잡았다. 나는 더 또렷하게, 더 멀리, 더 깊이 볼 수 있었다. 내 이름은 내 것이 되었다. ___337p


'제임스'는, '짐'이라는 주어진 이름이 아닌 자신의 선택. 소설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사건이 거듭되면서 짐이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찾은 결과물이다. 이야기 초반부의 짐은 똑똑하지만 순응하는 노예였다면, 점차 체제와 신분에 분노를 느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직접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저항하는 존재로 변한다. 


소설 속 짐에겐 바람 잘 날 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는 맛이 있는 소설이었다. 매번 사건에 휘말리는 짐을 보면서 짠함 마음에 가슴을 벅벅 치면서 읽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지 않은 독자들에겐 그 책도 읽어보고 싶게 하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 그 책을 한 번 더 읽게 만들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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