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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hina님의 서재
  • 마음이 자라는 심리육아
  • 은옥주
  • 12,600원 (10%700)
  • 2020-12-18
  • : 49

#Episode 1

 

"결혼 해서 애기 낳는다고? 명심해.

 

친정엄마 옆에 자리 잡아.

 

그것도 안되면 시어머니 옆에."

 

 

언니들이 해주는 이 말이 아가씨 때는 와닿지 않았다.

 

더구나 '내 책임'인 '내 애'를 엄마나 남편될 사람 어머니께 떠맡기다니.

 

결혼을 앞두고 분가와 독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참 멋 없는(?) 말처럼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은 독립적이어야한다. (독립해야한다.)'는 서구식 사고를 철저히 옳다고 생각해온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부모님들 곁에 다시 간다는 것이 부끄럽게 생각이 됐다.

 

 

 

책의 여는 글.

 

#Episode 2

 

결혼 5년 차.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첫 아이 때는 10개월 육아휴직 후 복직했고,

 

둘째는 3개월 출산 휴가만 쓰고 직장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엄두도 못 낼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옆에 친정 엄마라는 든든한 빽이 있었기 때문.

 

 

독립심, 책임감이라는 고매한 생각은 처절한 육아 전투의 현장 앞에 흩어진지 오래요,

 

전장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기 위해서 베테랑 상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혼 후 한 번 옮기게 된 집은 전셋집 후보 중에서 친정엄마와 제일 가까운 집이었다.

 

 

「마음이 자라는 심리 육아」는 할머니가 쓴 육아서이다.

 

우리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었다.

 

자식 맡긴 딸은 부모님께 늘 죄송스럽고 부모님이 늘 안쓰럽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 볼 한 줄기 실마리를 얻고 싶었다.

 

힘들었냐, 괜찮냐 묻는 질문에 늘 나는 괜찮다, 네가 힘들테니 쉬라 하시는 엄마이기에.

 

 

 

"슈퍼 할맘" 저자는 책 중간 중간에 관련된 심리학자들에 대한 배경 지식도 알차게 넣었다.

 

책 날개를 들춰보면 여느 독자들이라도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저자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다. 대학에서 미술 강의를 해왔고, 미술과 상담을 접목한 초창기 미술치료사이다.

 

그 옛날에 일본 유학까지 한 엄청난 지식인인 것이다.

 

 

이 멋진 지식인 할머니의 육아를 정의 내리자면 'TV 프로그램 속 슈퍼맨 아빠'라 할 수 있다.

 

사실 바쁘고 지친 부모들이 슈퍼맨 아빠와 현실 속 육아 전쟁을 비교하다 보면 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와의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참고할 수도 있고,

 

다양한 육아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는 면에서 배울 점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육아 TV 프로그램과 아주 비슷한 느낌을 줬다.

 

정서 발달, 관계 지능을 키워주기 위해 놀이해주는 모습을 보며

 

'오~ 좋은 아이디어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끄덕이며 읽다가

 

 

경제 관념과 역사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책을 읽어주고, 체험을 하게 하고,

 

단 둘이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끄덕이던 고개는 멈춰지고, 입이 떡 벌어지다가

 

어느 순간 부끄러워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슈퍼할맘의 손자, 도현이의 그림. 이 디테일이 7세의 것이라니!

 

하지만 그래야 쓰겠는가.

 

배우기 위해, 즐겁기 위해 펴든 책 아닌가.

 

"슈퍼할맘" 저자의 멋진 육아 방법에서 힌트를 좀 얻고

 

아이와 할머니가 노는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 따땃해지는 것,

 

그것으로 이 책의 쓸모를 더해가야 하지 않겠는가.

 

 

 

할머니와의 놀이는 놀이 자체로의 기쁨을 줄 뿐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보겠다는 마음으로 폈던 책이었는데

 

어느새 육아 선배의 꿀팁 전수를 하나라도 더 듣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글을 읽은 후, 36개월이 넘었지만 배변훈련 중인 아들과 '똥 관찰' 놀이를 했더랬다.

 

저자의 육아법은 '현명한 기다림' 이다.

 

할머니라서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아이를 보며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하던 우리 부부는

 

만 3세가 되어도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아들을 보고 조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는데.

 

저자는 아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응원해주었다.

 

 

이런 모습은 나의 친정어머니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자신의 자식을 한 세대 키워내고 난 노련함과 포근함은 그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계속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므로 담백하게 반응하자.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은 불안할 때 계속 말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불안을 조절한다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비슷한 말을 계속 듣다가 그만 하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 글을 읽고는 '아, 아이가 답답한 상황이구나.'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말을 하게 두었고,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담백하게 응할 수 있었다.

 

 

이해하고 나면 사랑하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면 속이 상하고 화를 내기도 했던 장면이,

 

아이들의 특성임을 이해하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내 아이를 한 조각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이 얼마나 고마운가.

 

몰랐으면 사랑하지 못했을 부분을 알게 해주어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할머니가 손자와 단 둘이 여행을 하는 이유

 

저자는 왜 이렇게까지 손자에게 정성을 쏟았을까?

 

위의 질문은 나의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

 

저자의 답은 이미 책 날개에 나와있었다.

 

 

생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엄마가 된 일, 미술치료사가 된 일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고

 

미술치료를 해오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말.

 

그것이 바로 충만한 행복의 상태이리라.

 

 

우리 할머니들이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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