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성에 담긴 질서와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2020년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 (1770~1827) 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문에 2019년 말부터 종종 베토벤 탄생 250년을 축하하고 알리는 강연이나, 앞으로 기획된 공연들에 관한 소식을 많이접했더랬다. 출판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베토벤에 관한 책이 유독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본 책은,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이다. 임현정 피아니스트는 본인을 베토벤 스토커라고 표현할 정도로 베토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예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글은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음악가 이야기를 본인의 연주경험을 녹여내며 쉽게 풀어낸다. 단순히 음악가의 업적, 생애, 작품만을 논하는 베토벤 저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긴 세월을 직접 피아노 앞에서 베토벤과 호흡하며, 그의 작품을 표현해왔기에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정은 더더욱 진실되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은 단지 자신의 모든 경험을 위대한 소리의 과학을 통해 악보에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니 베토벤을 신격화해 거리감을 두고 그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32p
특히 <틀에 얽메이지 않은 베토벤의 예술성> 챕터에서는, 베토벤의 발레 작품인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통해 작품에 대한 베토벤의 태도를 살펴본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긴장감을 주는 딸림 화음으로 작품을 시작하며,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베토벤의 모습은 그의 신념과 자신감, 독자적인 기질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일화이다. 그리고 이어, <음악가가 나아가야 할 길> 은 이러한 베토벤의 모습에 빗대어 오늘날의 음악가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콩쿠르에 입상하거나 입시를 위해 자신의 개성이 아닌 틀에 박힌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민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정말 말마따나, 지금 우리가 고전 음악가라고 부르는 그들이 말 그대로 '고전' 일 수 있는 이유는,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정신과 개성을 음악에 녹여내고 그 작품이 세월을 관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일 테다.
"연주할 때 당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십시오. 당신이 창조한 이상을 당신의 마음 안에서 느껴보십시오. " 책에서 언급된 쇼팽의 말인데, 정말 그렇다. 애초에 가장 좋은 연주법과 표현법이라는 정답이 존재한다면 음악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주자가 기존에 주어진 악보나 레파토리를 끊임없는 창조와 영감 그리고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표현했을 때 비로소 그 작품은 살아 숨쉬게 된다. 덧붙여 임현정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받아들일때 열정과 진정성, '음악이 우리 영혼을 관통'하도록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연주자로서 잊지 말아야 할 부분.
같은 곡을 여러곡 치거나, 특정한 목적 없이 손가락 연습을 한답시고 피아노를 타성에 젖어 쳤던 기억들이 떠올라 반성한다.
클래식이나 베토벤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는 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베토벤의 작품이 설명되는 곳에는 QR코드도 있어서 쉽게 직접 들으면서 음악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다.
템포를 중시한 베토벤은 자신의 메트로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새것을 주문해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작곡을 이어갈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당시 베토벤이 사용했던 메트로놈은 현대의 메트로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곡이 때때로 그의 의도와 달리 너무 심하게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133p)
작곡가의 의도를 탐구하기보다 시험에 붙기 위해 연주하고, 작곡가의 인생과 레퍼토리를 파헤치기보다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현대인의 취향을 염려하며 연주하다 보면 오히려 연주를 망치기 쉽다. 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