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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님의 서재
  •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 10,800원 (10%600)
  • 2006-04-15
  • : 1,802

소설은 1867년, 도스토예프키가 그의 두 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함께 빚쟁이들을 피해 독일의 휴양 도시 바덴바덴으로 도피성 여행을 떠난 시기를 배경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실제 전기적 사실(일기, 편지)을 바탕으로 한 픽션과, 작가인 치프킨 자신이 1970년대 후반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를 여행하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시작된다. 제목은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이지만, 실상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탕진 앤 분노의 질주>에 가까운데 주요 등장 인물로는 먼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닉넴: 도스토예프고니, 인생뭐있어)로 세계적인 천재 문학가인 건 알겠는데, 현실에서는 그냥 이숙캠 속 ‘최악의 남편’을 모아놓은 화상이다. 그리고 안나(닉넴: 보살, 생불)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내. 이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유럽 역사상 최고의 멘탈 갑으로 남편이 자기 옷까지 저당 잡혀 도박하는 와중에도 '우쭈쭈, 우리 남편 그럴 수 있지..' 하며 다 받아준다. 안나의 이 눈물겨운 보살핌 덕분에 도스토예프스키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나중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대작을 쓰게 되니 인류 문학계는 안나에게 큰 빚을 졌다ㅋ 마지막으로 이반 투르게네프 (닉넴: 금수저, 유럽인싸), 도스토예프스키가 돈 잃고 질질 짜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하얗고 멋진 옷 입고 우아하게 사뿐 걸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열폭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귀족적이고 부유하며 서구화된 투르게네프와, 가난하고 병들었으며 슬라브주의를 부르짖던 도스토예프스키 사이의 미묘한 열등감과 자존심 싸움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이 유치찬란한 두 문호들의 기싸움을 구경하는 게 또 이 소설의 꿀잼 포인트. 도스토예프스키라는 거장의 영혼을 해부한 문학적 오마주이자, 숨 막히는 소련의 감시 속에서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비밀리에 글을 썼던 치프킨 자신의 영혼의 기록인 이 책, 참고로 마침표가 거의 없이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호흡이 가쁜 문장이 끝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카지노로 뛰어가는데 아내는 울고 전당포 주인은 비웃고 날씨는 더워 죽겠는데 저기서 투르게네프가 걸어오고 아 참 나도 지금 레닌그라드 기차 안인데 내 옆자리 사람은 자고 있고..." 이런 식ㅋ 읽다 보면 제발 마침표 하나만 찍어 달라고 빌고 싶을 정도니 발랄하고 상큼한 여름 휴양지를 상상하며 여름에 여름책 읽고 싶어, 호기심에 펼쳤다간 큰 화를 입을 것이야ㅋ



PS. 런던의 한 중고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읽은 수전 손택이 "현대 세계 문학의 꼭대기에 놓여야 할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서문을 썼고, 이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숨 가쁘게 달리는 여름이 아니라, 울창하고 짙은 녹음 속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느린 시간의 미학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 쯤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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