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단순히 '거대해진 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넘어, 성장이라는 불가역적인 진보와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가치관의 충돌을 다룬 날카로운 예언서다. 소설의 시작은 지극히 현대적인데, 베닝턴과 레드먼드라는 두 과학자가 생명체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던 중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물질 '헤라클레오포비아'를 발명한다. 문제는 이 '양식'이 세상에 나온 방식이 매우 부주의했다는 점으로 관리인들의 나태함으로 인해 이 물질은 환경으로 유출되고, 거대해진 쥐, 말벌, 닭들이 인간 사회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만, 그것을 관리할 윤리적·사회적 책임감은 여전히 미성숙함을 꼬집는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양식'을 받아들여 거인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그 양식을 독약이라 부르며 파괴하려 하는가? 오늘날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편집처럼 인류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현대판 신들의 양식'을 마주한 우리에게, 100년도 더 된 이 소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웅장한 스케일 속에서도 인간 심연의 옹졸함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수작. 주위의 기념일을 맞이한 지적인 아해들에게 선물도 많이 한 책이다. 봉투 끼워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