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1592 (KBS ‘임진왜란 1592’ 제작팀, 양선비 著, 웅진지식하우스)”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팩츄얼 드라마로 기획되었던 영상물을 다시 책자로 출간한 결과물입니다. 이 책은 원전이 영상물이었던 만큼 풍부한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대사를 통해 역동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발발 전부터 임진왜란 종전 이후 조선, 일본, 명나라까지의 변화까지를 다룸으로써 임진왜란을 파편적 사건의 집합이 아니라 통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임진왜란이 미친 영향은 당시 명나라에 미친 영향도 매우 컸는데 막대한 재정난과 함께 북방 지역에 대한 군사, 정치력의 공백으로 인해 여진족의 성장을 방치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곧 청나라의 건국과 명나라의 멸망이 이어지게 됩니다.
전쟁 직후 내전에 휩싸인 일본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선에 국서를 보내고 국교 재개를 논의합니다. 전후 11년이 지난 1609년 기유약조가 체결되면서 외교와 무역 관계가 다시 회복됩니다. 이때의 최대 현안은 바로 부로쇄환 (俘虜刷還)이었습니다. 이는 조선 조정으로서는 국정의 기반이 되는 인구의 확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적국에 끌려간 백성을 송환시켜 고향으로 데려온다는 국가의 존재 가치에 대한 회복이라는 측면도 강했기 때문에 최대 현안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교 재개 과정에서 일본에 처음 간 조선 사절당의 명칭이 쇄환사였다는 점에서도 쇄환이 최대 현안이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쇄환 인원은 1차 1400여명, 이후 500여명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러한 쇄환은 사쓰마 지역에만 3만이 넘는 조선인 포로가 있었다는 기록에 비추어 봐도 너무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 그 이유를 당시 일본이 중앙집권적 국가가 아니라 지방 다이묘들과 무사들 대부분이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출병했기에 조선인 포로 송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임진왜란이 7년에 걸친 긴 기간 동안의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파편적이며 일화적인 사건 혹은 영웅담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 임진왜란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 사이의 국지전으로 바라봤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이를 동북아 국제 전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늘어났고, 관련 서적들도 자주 출간되었습니다. 역사에 대한 소양이 없긴 하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진왜란은 이후 조선이나 일본의 역사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 역사에 미친 거대한 영향을 생각해보면 임진왜란을 국제 전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원전이 되는 영상물 “임진왜란 1592”는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되어 완성도 측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지만, 후속작업인 이 책, “임진왜란 1592”와의 연계를 통해 임진왜란을 당시 국제 관계의 맥락과 함께 통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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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