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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k2740님의 서재

얼마 후 교무실 주변을 맴돌던 은정이를 다시 만났다. 역시나 내 손에 대신 들어줄 물건이 있는지부터 살폈다. 나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기보다 자기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먼저 깨닫기 바랐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눈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진심을 다해 말했다.
"은정아, 선생님이 너를 만날 때마다 반기는 건 네가 나를 도와주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야. 네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난, 그냥 네가 좋아. 너도 날 만날 때 그저 반기면 좋겠어."
그러자 아이는 "아... 네" 하며 엷은 미소를 보였다.
그 후로 아이는 내 앞에서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았다. 힘찬 표정과 동그란 눈으로 괜찮아 보이려 가장하지도 않았다. 힘들 땐힘든 얼굴로, 기분 좋을 땐 기분 좋은 모습 그대로였다.- P25
아이야말로 스스로의 삶에 최적화된 전문가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힘을 기르기 원한다면 외부 전문가에게 묻기보다 아이 당사자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심지어 도움을 구할 때도 어떤 도움이필요한지 차근차근 묻고 듣기를 바란다. 아이의 말에 대해 판단을 멈추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될수록 길게 들어보자. 그리고곁에서 잠잠히 바라보며 오래 기다리자. 어차피 아이는 한시도멈추지 않고 자란다. 지금 이 순간이 결코 아이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것이다.- P38
제대로 공감을 받은 아이는 놀랍도록 품위 있고 건강해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제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은 경직된 어른들과, 이 세상이 가진 폭력적인 틀이 견고한 탓일 것이다.- P51
아이는 어른의 성과물이 아니다. 고유한 존재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성정대로 마음껏 커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또 얼마나평화로울지. 세상을 한 방에 바꿀 수는 없지만 내 가정이라는작은 울타리를 변화시키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
그 변화가 모여서 다시 우리 사회의 공기와 체질을 이룬다. 그러니 한 아이를 구하는 일은 곧 세상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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