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초기부터 관심이 갔던 책이다. 집에 책이 도착 후 천천히 살펴보니 스윗소로우 성진환 님과 작가 오지은 님이 각각 그림과 글을 맡았다고 한다. 이런 부부의 바람직한 콜라보 같으니라고 :) 책 초반 서로를 낯간지러운 호칭인 ‘남편’, ‘아내’로 부르기보다 애정이 담긴 ‘뭉돌이’, ‘짜짜미’라 부르는 부부는 참 사랑스러웠다. 부부 사이에 이름이나 외부적인 호칭(남편, 아내, 여보 등)보다 애칭을 부르는 부부가 애정도가 더 높다더니 책 시작부터 끝까지 꿀이 떨어지지 않는 장면은 없었다. 당도 100%의 꿀이 담긴 에세이. 게다가 ‘흑당이’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어찌나 귀여움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던지. 역시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랑이다.
책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프러포즈, 결혼식, 신혼여행, 신혼집 이사 등 신혼부부라면 모두 겪었을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날,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프러포즈, 스몰 웨딩을 꿈꿨지만 말만 스몰 웨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결혼 준비 등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내 결혼식과 신혼여행, 신혼집 장만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괜히 추억에 젖게 만들었다. 그리고 짤막한 글과 귀여운 드로잉이 만난 사랑스런 에세이를 읽어가며 느낀 점은 두 사람의 루틴은 매우 다르지만 서로를 한 사람의 독립적인 존재로 서로를 이해해 준다는 점이었다.
그가 남자라서 무언가 더 짐을 많이 진다거나, 내가 여자라서 짐을 더 많이 진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그에게는 나를 부양할 의무가 없고, 나에게는 그를 서포트할 의무가 없다. 우리는 서로를 부양하고 서로를 서포트한다 (106쪽) 지금은 만난 지 12년째, 결혼한 지는 7년째. 큰 트러블 없이 지내고 있다. 효도는 각자 하기. 돈은 각자 열심히 벌기. 재미있는 일은 같이 하기 (108쪽)
서로는 살고 싶은 사람과 같이 지낼 뿐이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의무도 역할도 부여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유지해간다. 그렇기에 1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색깔을 간직하며 꿀 떨어지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러다 만나게 된 운명 같은 흑당이. 그리곤 사랑이 모양이 세모가 된다. 책 마지막 유기묘 꼬마가 더해지며 사랑의 모양은 네모가 된다.
책에는 부부와 흑당이가 만들어간 웃고, 울고, 즐거운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로를 만나 온전한 자신이 되기까지, 그리고 흑당이를 만나 행복의 모양이 세모가 될때까지 모두 서로가 있기에 충분한 삶. 분명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어느누구도 예상치 못하겠지만 같이 있다면 괜찮치 않을까라는 부부의 말은 책을 읽는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나 또한 현재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괜찮은 삶인데. 끊임없이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노력교, 성실교가 문득 불쑥 불쑥 튀어오를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옆에 있는 짝꿍을 보며 현재로 마음을 돌리곤 한다. 책에서도 행복의 모양은 세모에서 네모로 변해가듯 그렇게 천천히 내 삶의 행복의 모양을 만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이 같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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