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권투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 때문에 권투에 대한 것도 잘 모른다. 다만 김주희 선수의 자신의 꿈에 대한 열정은 어떠한 것일까, 그 길을 끝까지 믿고 포기 하지 않고 가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주희 선수의 그동안의 삶과 권투에 받친 열정은 내 상상을 뛰어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어머니는 어릴 적 가출을 하고 아버지는 뇌가 점점 망가져 아이처럼 매일같이 일을 만들곤 했고 지하 월세를 살면서도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은 푸른곰팡이에 뒤덮여 있었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또래 아이들 보다 체구가 작았고 빈혈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환경에서도 끝까지 권투를 포기 하지 않았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중요한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끝까지 하겠다며 마음을 먹고 인내하면 희망을 품게 된다. 끝까지 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견딜 줄 아는 사람에게만 적절한 시기에 원하던 것이 주어지는 법이므로.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삶이 이기는 법이므로. (p. 150)
손뼈가 망가졌지만 훈련하기 위해 스스로 깁스를 풀어 버리고 방어전을 한 번 치를 때마다 발톱은 6~8개씩 빠져나갔음에도 훈련을 쉬지 않았다. 그 바람에 염증이 생겨 오른쪽 엄지발가락 1.5cm 정도를 잘라냈고 그 후에도 고름이 빠지지 않아 뼈의 중간 중간에다 구멍까지 뚫었다. 발목 인대가 늘어났는데도 수술하지 않고 테이프를 감고 연습하고 시합에 나가 계체량에 맞추기 위해 일주일동안 계란 두 개와 요구르트 한 병만 먹고 사우나에서 한 시간 동안 죽을힘을 다해 뛰기 까지 했다. 시합을 치르다 각막이 찢어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결국에 시합에서 승리를 해냈다.
나는 훈련을 못하면 꼭 모자란 만큼 어떻게는 채워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지독하게 훈련해서 한계를 넘어서는 것. 이제 그만 쉬고 싶을 때 20퍼센트만 더 하기. 그러면 ‘참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다. ‘그래! 그러니 나는 챔피언이야’라고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다. (p. 184)
김주희 선수가 이렇게 노력할 동안 나는 대체 뭘 했을까, 그동안 무엇을 열심히 했다고나 할 수 있을까, 노력은 하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하고 조금 해보고 안 된다고 좌절하고 탓할 줄만 알았던 건 아닐까. 그 동안의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정말 부끄럽고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김주희 선수가 노력한 것의 반 아니 십분의 일만 했었어도 난 어떤 것 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들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고, 전혀 감사할 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좋은 환경이었다면 더욱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환경밖에 주어지지 못한 거야, 라고 원망까지 했었다. 그에 비해 김주희 선수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고 극복 해 낼 줄 알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환경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보며 감사 할 줄 알았다.
내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좋고 감사한 것인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깨닫게 더욱 열심히 하게끔 자극을 주는 책이다. 항상 이 책을 곁에 두고 내가 하는 일이 힘들다고 느낄 때, 포기하고 싶고 불만이 생길 때마다 읽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