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온 지는 2~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왜인지 중간 쯤 읽다가 지루해서 덮어버린 냉정과 열정사이.
확실히 한살 두살 먹을수록 읽는 스타일도 달라지는 듯 하다.
몇 년 전에는 일본 문학 특유의 담담한 문체가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요즘은 조용하고 담담한 일본 문학이 좋다. 굳이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차분한 서술 방식.
인터넷을 찾아보니 냉정과 열정사이는 로소, 블루 한 권씩 번갈아 읽는게
숨겨진 복선과 미묘한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밌다하여 블루부터 번갈아 읽었다.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나는 확실히 연애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새삼.
아오이는 싸운 날 쥰세이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를,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를 기억한다.
쥰세이는 둘 사이의 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중요한 약속들을 기억한다.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둘이 다시 만났지만, 며칠을 같이 지내다가 결국 다시 헤어진다는 부분이었다. 8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
초등학교 4학년 때 죽고 못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전학과 이사를 가면서 꼬깃꼬깃 쓴 자신의 집 전화번호 쪽지를 쥐어주고 갔는데 며칠 안 가 그것을 잃어버렸고 우리의 연락은 단절됐다. 그 때는 핸드폰은 꿈도 못 꾸던 시기였고 서로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그 후로 아오이와 쥰세이처럼 정확히 8년만에 연락이 닿았다. 그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흔하지 않은 내 이름을 검색하여 찾아냈더랬다. 우리는 기뻐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서로 앞으로 너와 붙어다니겠다. 못다한 얘기를 하고싶다. 반쪽을 다시 만난 기분이라는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정말 8년은 너무 길었다. 집도 서슴없이 드나들던 사이에서 어색한 사이가 되어있었고, 이미 각자 친한 친구들이 생겨버렸고, 이미 너무나 다른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만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딱 한 번 만났다.
그렇게 절실히 사랑하던 아오이와 쥰세이도 8년을 극복하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 빠르게만 지나가서 1,2년만 흘러도 다들 너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