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추리 소설은 많이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지겹도록 들어 본 이름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라는 심오한 제목이 합쳐져 묘하게 끌렸다.
사실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키워드는 알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열 명의 인디언 소년 이라는 노랫말에 맞추어 인디언 섬에 모인 열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당한다는 것.
다 읽은 나의 소감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열 명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이 살해당하며 살인쇼의 서막을 올린 그 날 밤부터
이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공하러 오는 배가 완전히 끊겨 버린다.
거의 무인도나 다름없는 밀폐된 섬의 저택 하나, 종잡을 수 없는 살인자,
외부에 나갈 수 있는 배도 또한 들어올 배도 없다.
이 세 가지 조화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엄청나게 복잡한 심리 묘사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부족하니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그들에게 이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속독을 못해서 책 한권도 2~3일이 걸리는
편인데 그런 내가 알라딘 서점에 앉아서 2시간만에 4/3을 다 읽었으니 전개와 흡입력은 말 다 했다. 추리소설 치고는 괜히 복잡한 복선과 맥거핀이 없어 술술 잘 읽힌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부분은, 나에게 있어선
열 명의 사람들이 모두 과거에 살인자는 아니지만 살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마음에 짐을 지고도 계속 합리화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들을 죽인 범인은 모두 이들의 이런 행적을 알고 일부러 인디언 섬에 부른 것이었다. 쏘우가 생각났다.
이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괴로워했고 그런 일들을 끄집어내며 서로를 헐뜯었다. 아마 이들의 죽음 반은 자신 스스로를 좀먹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