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문장 한문장 천천히 읽는 내가 2시간 만에 완독.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고 흡입력이 이렇게 대단한 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각각의 단편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에서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짜임새 있게 서로 맞아떨어질 때
재미와 쾌감을 느껴서 이런 구성을 평소에도 좋아한다.
하지만 <시트콤>에서는 그 부분들보다 현재를 정확하게
관통하고 지나간 작가의 화살에서 더욱 재미를 느꼈다.
책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즐기고 나면 타인의 의견도 궁금해서
리뷰를 많이 찾아보는데, 개연성이 없고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다분하다, 경찰에 불응하고 기절한 사람을 생매장하려는 등 사회 범주에 어긋나는 이야기들이 뭐가 웃긴거냐 라는 리뷰가 꽤 보이더라.
근데 작가는 글을 맛깔나고 센스있게 잘 썼을 뿐이지 읽다보면
그 상황들을 웃기게 쓰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웃는 건 독자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아와 엄마가 학업에 관해 극단적으로 부딪히고 치닫는 일련의 과정이 일부 공감되기도 하고 특히 엄마가 하는 말들이
실제로도 들은 말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굉장히 묘~했다.
정말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먹먹한 현실이랄까.
초반에 테이블 밑에 우스꽝스럽게 자리잡게 된 네 남녀가
마지막에 연아네와 연결되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눈물이 나려고도 하고...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크게 감정을 뒤집어놓는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계속 여운이 남고 이대로 잠들면 꿈에 나올 것 같은 그런 소설.
연아가 저질러놓은 사고(?̊̈)들을 작가가 수습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결말로 쓩 흘러가버린 게 더 맘에 들었다.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는 순전히 독자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