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에세이 『선의 충동』을 읽고
manchoul 2025/12/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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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의 충동
-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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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 2025-12-15
: 820
바람의 아이들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윤정 작가님의 드로잉 에세이라니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림책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님의 에세이라 더욱 궁금했다. 특히 선의 충동이라는 제목은 묘한 끌림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아이는 예술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믿는다는 작가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충분히 좋은 드로잉』의 서문에서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엄마’ 에서 인용했다는 각주는 나 또한
자주 인용하던 말이라 더욱 반가웠다.
영화의 대사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예술이 없이 사회는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한 부분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소개해주신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영화도 궁금해졌다.
‘이름을 잊어버린다는 것’에 등장하는 붓터치는 생동감 넘치면서도 고요한 강물처럼 평온해보인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정의 이름조차 잊는다는 표현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 순간은 편견과 상식을 넘어선 결국 감탄의 또 다른 이름인 ‘몰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각 장마다 실린 예술가들과 화가, 철학자, 시인, 소설가 등의 명언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응원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자신의 작품을 해체해서 드로잉 속에 녹아내는 그 열정과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던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은 가슴을 울리며 왠지 모르게 구슬프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바램이 있다. 43년의 세월이 담긴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매끄러우며 간결하다. 마치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진 결실을 오롯이 담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43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며 미래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 실린 “모든 아름다운 예술의 본질, 모든 위대한 예술의 본질은 감사함에 있다.” 니체의 이 말이 책을 덮은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곡선은 흐름의 리듬이고, 서로 다른 것을 이어 주고 끝이 없는 선처럼 끊어짐 없이 흐른다.”라는 문장은 나에게 곡선의 리듬으로 유연하게 살아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직선인 듯 곡선인, 나만의 선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캔버스 앞에 선다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녀가 그리는 곡선의 아름다움은 우리 인생의 굴곡과 닮아 유연함 속에 단단한 삶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선의 충동』을 읽으며 머릿속에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고, 잠시 잊고 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꾸준히 걷는 사람만이 예술의 길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빛을 본다는 걸 조용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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