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동시
manchoul 2025/12/0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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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승달 구워 먹기
- 이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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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25-09-25
: 20
이시향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잘 쓰는 시보다 진심이 담긴 시를 쓰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 말처럼, 그의 시에는 향기가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은은하게 피어나는 시의 향이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덮어 준다.
풍선을 닮은 <도라지꽃> , 햇살을 담은 <햇살 주머니> , 어릴 적 달팽이의 더듬이를 만지던 기억을 소환하는 <달팽이 생각> , 저녁놀의 동요를 닮은 <노을> 등등 짧은 구절마다 어린 시절의 감정이 아련히 담겨있다.
가을의 깊은 향기가 스며드는 <모과>는 모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하고, 자연이라는 집이 그리워 다시 길을 나서는 <민.......달팽이>의 여정이 왠지 부럽게 느껴진다.
<소독차>는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를 따라 달리던 어린 날의 웃음소리가 문득 귀에 맴돌고, 그 시절의 순수함이 되살아난다.
<숨바꼭질하는 양말>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을 소재로 양과 말로 새롭게 의미부여하여 유쾌하면서도 신선했고, <낮달> 을 바라보는 아이와 엄마의 대화에서는 사랑이 몽글몽글 번지며 사랑스러운 얼굴이 그려지며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꿈틀 낙지> 를 따라가다 보면 꿈틀대는 낙지탕탕이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광경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입가에 군침이 돌게 한다.
책제목이기도 한 <초승달 구워 먹기> 는 왜 책표지에 어두운 색을 사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시인의 상상력과 따스한 유머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그 속에 요즘 아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서 마음이 씁쓸했다.
<그림 그리는 저어새> 는 시인의 관찰력과 감수성이 빛이 나는 동시였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이 필요해> 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틀에 박힌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자유롭고 창의적인 세상을 맘껏 누리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네를 타면>을 읽으면 그네 하나로 세상이 행복했던 나의 유년시절과 잊고 있었던 내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떠오른다. <눈사람 어디 갔어?>에서는 사라져가는 겨울의 순수함과 지구 온난화로 아픈 지구의 고통이 동시에 느껴진다.
시 속에는 웃음과 그리움, 그리고 삶을 담담히 위로하는 온기가 들어 있다. 또한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태화강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한다.
<흐놀다>하는 표현이 생소했지만 새로운 낱말의 의미를 알게 되어 좋았으며, 어쩌면 시인이 사랑했던 반려견이 그리워서 지은 동시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시향 시인의 동시집은 잊고 있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불러내어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시인의 섬세한 시선에 감탄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시인의 따뜻한 감성 속에서 태어난 동시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햇살처럼 따스하게 위로해주면 좋겠다.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맑은 거울 같은 시들을 넘기다 보면 아름다움 속에 작은 씁쓸함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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