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고 싶은 너에게
manchoul 2024/11/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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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노는 강아지
- 별밭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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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25
<혼자 노는 강아지> 는 11명의 시인들의 시모음집인데 11인 11색의 특유의 매력과 위트가 담겨있다.
공공로 시인의 시 중에 마음에 들어온 <다음에는 꼭 불러줄래요>. 하교길에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사루비아 꽃을 따 쪽쪽 빨아먹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름의 중요성과 함께 이름을 불러주는 게 얼마나 기쁘고 설레는 일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김양화 시인의 <겨울 나무>, <틈>과 <저녁놀>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틈>을 읽으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내가 그리 만만한가?’ 부분에서는 감정이입되어 마음이 쿵하기도 했다.
민금순 시인의 시 중에서 <지구가 아프대>를 감상하며 소중한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작은 실천이나마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쿵쿵 발걸음>을 읽다보니 아이들 키울 때 층간소음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땐 그렇지~하며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아래층에 보내는 노크라는 표현이 사랑스러웠다.
양회성 시인의 동시 <칭찬을 먹고 크는 아이>는 공부는 뒷전이지만 정리를 잘하는 우리 둘째 얼굴이 떠올라 아이는 작은 칭찬으로도 마음이 쑥쑥 자라고 어깨가 들썩거림에 고개가 끄덕여졌고 <물맞댐 하기> 처럼 우리 사는 세상이 시인의 마음처럼 사랑이 꽃피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시인의 시들을 하나 하나 눈으로 읽어내려가다보면 아이를 사랑하고 환한 세상을 꿈꾸며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겨울 속의 호주머니>의 삽화는 동시와 잘 어울리며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주머니라는 표현이 정겹게 들린다.
윤삼현 시인의 <시간의 바람>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을 단풍을 즐기기도 전에 겨울 바람이 찾아와 보도블록을 뒹구는 가을 낙엽들에 바퀴를 달아주고 떨어진 낙엽이 울고 있다고 표현하다니 시인의 시선은 참으로 신선하고 붉게 물든 나뭇잎처럼 두 볼이 빨갛게 수줍어하는 순수한 아이를 닮았다.
이성룡 시인의 <길을 걷다가 호랑이를 만나면>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할아버지의 모자>는 친정아빠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애틋해진다. <혼자 노는 강아지>는 빗속을 달려가는 강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빗물을 털고 혼자노는 강아지가 왠지 개구쟁이 같고 씩씩해보인다.
이옥근 시인의 동시 중에서는 <뜨거운 우리 마을>과 <가짜 뉴스>가 유독 마음이 들어왔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시인의 마음과 지구의 상태를 의인화한 이 동시는 마음이 잔상을 남긴다. <가짜 뉴스>로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우리가 작은 일에도 좀더 신중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이 시가 씁쓸하기도 했다.
이정석 시인의 <기울어진 허리>에서는 손주를 반기며 웃음꽃이 피는 친정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기울어진 그림자>는 소복이 쌓여올린 따끈따끈한 밥과 엄마의 사랑이 전해진다. <기울어진 달>은 잊고 있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며 <기울어진 마음>은 내 마음도 독도쪽으로 기울여지게 한다.
조기호 시인의 <가보고 싶은 길>은 학창시절 좋아했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떠오른다. <크으크으>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고윤자 시인의 <코>와 <청개구리>는 어쩜 그런 발상을 했는지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빵빵 터질 것 같은 시다. <바다에도 미화원을>을 읽으며 왜 이런 생각은 못했지? 공감되기도 하고 시인의 놀라운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정선 시인의 <왼손은 모르는 일>을 읽어내려가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이런 날 없나요> 는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는 동시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 길에도 신호등을 달아요>는 악성 댓글과 무분별한 댓글로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이자 각성하게 하는 시처럼 보인다.
11명의 시인들의 개성과 특성을 살린 <혼자 노는 강아지> 별밭동인 그들이 궁금해졌다. <혼자 노는 강아지>는 시와 잘 어울리는 김순영 선생님의 그림과 함께 시인들의 절제된 시를 각양각색으로 즐길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처럼 순수한 시인의 정서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함께 도약하기 위해 날개짓하는 새의 여린 몸짓의 11인의 시인의 감정과 사람 냄새가 묻어나며 그들의 삶과 노련미가 느껴지는 동시집이었다.
동시의 서평을 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다양한 색깔을 지닌 시인들의 마음을 엿볼수 있어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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