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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사키의 종
  • 나가이 다카시
  • 12,420원 (10%690)
  • 2021-08-13
  • : 311



2차 세계대전의 종말을 알린 신호탄이었던 일본 원자폭탄 투하의 폭침 속에서 구호대로 활동했던 의대 교수가 두 아들에게 평화 헌법을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반드시 지켜내라고 유언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1945년 8월 미국의 B-29 폭격기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당시 5백 미터도 채 안 되는 한 의과대학 건물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교수는 부상과 방사선 노출에 따른 고통 속에서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동료와 학생,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한다.

일본 황제의 무조건 항복 선언에 큰 실망을 하게 되고 부인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게 된 상황에서 자신도 며칠 동안 혼수상태로 위험을 겪게 된다. 화재와 시체 들 사이에서 간절한 구호의 손길을 울부짖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몇 명 남아있지 않은 의과대학 학생과 교수, 간호사들로 구호대를 꾸려 사람들을 치료한다.

국가와 가정이 파괴되고 내 이웃과 나의 몸 조차도 성치 않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도와주는 한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까움과 감동을 준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준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다 가도 원자폭탄의 참상을 마주하면 나가사키 시민들이 겪은 고통에 안타까운 동정의 마음이 든다. 제국주의 헛된 사상에 물든 일부 리더들의 잘 못된 선택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전쟁의 피해자로 내몰리는 상황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연속되고 있다.


국가나 민족, 종교라는 허상 때문에 실존이 파괴되는 인류적 아이러니는 도대체 언제나 끝이 날까. 의대 교수가 오죽하면 자신의 유언으로 일본이 앞으로 절대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헌법에 명시한 평화 헌법을 어길 경우에 두 아들이 목숨 걸고 지켜내라고 했을까. 방사선 피폭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미국에 대한 복수심은 전혀 없고 다시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후손들에게 남기는 유언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상대방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보이면, 상대방은 더 강력히 방어하기 마련이다. 타인이나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경멸과 공격은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이해하고,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 오직 평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타인에게 주는 상처는 나를 멍들게 하고 나의 의식과 의지를 곪아 터지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나가이 다키시 교수는 원폭 투하 10년 후 48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다. 10년 동안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의 고통을 떨쳐버리고 남은 생을 살았다고 한다. 평화 헌법을 깨려고 하는 시도가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것을 예단한 교수는 두 아들에게 목숨 바쳐 평화 헌법을 수호하라는 유언을 할 정도로 평화에 대한 갈망이 상당했다.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이 벌이는 개헌과 주변국에 대한 도전은 점점 더 심화되고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카시 교수의 책이 주목을 끌고, 평화가 평화를 이어간다는 의식이 일본 국민들에게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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