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의 칭기즈칸,
프랑스의 나폴레옹, 독일 히틀러의 강력한 군대를 이겨낸 유일한 나라는 어디일까?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치가 유럽과 아시아를 품고 있고 바다, 산, 강 등 지리적인 방어선이 없고 너무나도 넓은 국경선은 외세의 침략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한 제국의 침략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힘이라기보다는 희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할 군사력이나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후퇴하는 전략을 통한 적군의 긴 보급로와 러시아의 강력한 추위에 적군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러시아의 전술은 수 천만 명의 희생이 뒤따랐다.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끌려 나가야 했던 젊은 영혼들이 러시아의 역사 곳곳에 묻어나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특별함, 역사적으로 세계적 영웅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신화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로마제국과 동로마 제국의 뒤를 이어 제3의 로마제국으로서의
러시아를 주장하는 '제3로 마설'에서부터 러시아군이 킵차크한국과 싸워 승리를 거둠으로써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난 쿨리코보 전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건드리는 중이다.
그런데, 푸틴을 숭배하고 반 서구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는
러시아인들조차 열성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서구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자국 문화도 그 추세와 같이 가기를
기대한다. 거리 한편으로는 거대한 건물 전면을 다 차지하며 그려진 위대한 러시아 장군들이 보이지만 그 맞은편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것도 다름 아닌 캡틴 아메리카 영화 개봉 광고가 똑같이 거대하게 서 있는 곳이 러시아다.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
날로 커지는 국가 간 교역, 인터넷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유럽 여행 패키지, 중국의 부상을 둘러싼 공통된 우려 덕분에 러시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유럽과 가까워졌다. 유럽 소속이라는 마음은 영토 끝 태평양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까지 이어진다. 러시아는 풍요로운 전통을 지닌 나라, 인적 잠재력이 여전히 거대한 나라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영화 전함 포튬킨과 볼쇼이 극장 등 문화적 유산이 풍요롭고,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데도 빛나는 승리와 영웅담, 자비로움이 존재한다.
거대한 러시아의 굵은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조국이 천년 역사와 우리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천명했다. 러시아인들은 조국의 과거를 다룬 영화와 책을 열광적으로 소비한다고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러하듯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는 이데올로기적 사상이
국가나 민족이라는 허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나 혁명에서 사라져간 생명의 소중함이 과연 사상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 즈음 사라질 수 있을까.
정치적 사상이 편견을 만들고, 그 편견에서부터 갈등과 오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혼란의 목소리들이 사 그러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