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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님의 서재
  • 찬란한 타인들
  • 유이월
  • 10,800원 (10%600)
  • 2022-10-17
  • : 431
책장을 덮으며 “아...” 감탄사와 함께, 아름답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유이월 작가의 글은 페북이란 플랫폼에서 깜짝 공개처럼 몇 번 접했고, 그때마다 감탄하며 봤다. 그러나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올 때의 감상은 사뭇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장난스럽게 비트는 아이러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과 명랑함, 작가의 영민함과 재치는 단편 하나만 읽어도 알 수 있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그의 마음 속 풍경이 부연 안개가 걷히면서 점차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보낸 세월 동안 축적된 감정의 여러 레이어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신산한 삶에 지칠 때 얼마나 윽박지르고 싶고, 한탄하고 남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싶은가. 작가는 그러한 순간에 우리의 신념에, 자신의 신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떠올렸나보다. 자기연민이 아닌 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예찬이라니 얼마나 빛나는 발상의 전환인가. 그가 살았던 호숫가 근처의 집이 떠올리며, 거기에 거미줄처럼 얇고 섬세한 그물을 던져 무엇인가를 건져 올리는 장면을 떠올렸다. 걷고 걸으며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까. 막막한 깊이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 몰랐는데 생각의 그물을 조심스럽게 끌어당겨서 마침내 손에 얻게 된 반짝이는 것들을, 한데 그러모아서 이렇게 우리에게 선물처럼 건네는 것 같다.그리고 아주 짧게 말하자면 세련되고 재미있다. 웃겨서 빵 터지는 글도 있었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글도 있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와 감탄했던 문장은 너무 많은데, 그 중에 아무래도 역시 내 생각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문장을 만났을 때의 짜릿함이 최고인 것 같다. <기만과 행복>에서의 로렌에 살짝 빠져들었다가 기어나왔는데 아마도 그녀의 상황에 나를 이입해서가 아닐지... 로렌은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위해 새벽 아침에 연습을 하고, 옆집 그레이엄네 수탉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아침이면 울지 않았다. 꿈을 이룰 만큼의 실력은 안 되는, 적당히 노래를 부르는 로렌, ‘예의 바르게’ 찾아와서 오디션이 언제인지 물어보는 그레이엄, 그리고 수탉이 있는 풍경이 그려졌다. 로렌의 노랫소리에 반응해서 내내 울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다시 울게 된 수탉.====로렌은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아마 자신이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꿈 자체보다도 꿈이 있는 동안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만은 분명 흰자위를 가지고 있다. 나는 검은자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만이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입증할 만한 몇 가지 예화를 알고 있다. 방금, 드디어, 그레이엄네 수탉이 울었다. 로렌과의 합주, 고요함의 파괴라는 측면에서만 완벽한 그들의 합주를 들으며, 나는 사랑이란 일종의 민폐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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