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영역을 점해 자신의 우위를 증명하며 힘의 논리로 살아가려는 형들의 눈에 주인공 아기 호랑이(이하 아옹이)는 바보같기만 합니다. 호랑이들이 점술을 믿는다면 타로카드의 THE FOOL의 모습과 똑 닮았다고 하겠지요. 먼 이상을 쫓다가 눈이 멀어 바로 앞의 위험으로 걸어 들어간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형들에겐 넓고 아름다운 숲 뿐만 아니라 아옹이가 따라가는 나비도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그들에게는 발톱 자국을 새길 큰 나무만 꽉 들어차 있거든요. 아옹이는 나무 뒤에 작은 나비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나비를 따라가며 드넓은 숲을 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남을 밀어내며 쟁취하는 힘의 논리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생각이지요. 결국에 아옹이는 눈이 먼 바보가 아니라, 탁 트인 시야로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얻습니다.
이러한 여정을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섬세하게 피어낸 장면 속에서 아옹이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의 삶이 누구와 닮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서 나비를 쳐다보는 일은 편견과 혐오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선명해진 시야로 일상을 돌아보고 모든 공동체를 품어 함께 나아가는 원동력을 되찾게 함으로써 이 그림책은 진실로 휴머니타리안을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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