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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의書房


넌 왜 여기 있어 묻더니 발부리로 땅바닥을 톡톡 찼다. 땅에서 내 대답을 캐낼 것처럼.
(...)
그때 이모는 여름을 만들고 있었다. 여름을 만든다는 이모의 말만 기억날 뿐, 여름이 무엇이었는지 까먹었다.- P28

죽기 전에 너에게 꼭 해야 할 말은 없었다. 없는 줄 알았다. 말해야 할 것은 너와 함께했던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다 하였을 테고, 그럼에도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굳이 말할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은 말이 되어 나와버리는 순간 본질에서 멀어진다고, 말이 진심에서 가장 먼 것이라고, - P15

내 확신에 동그라미를 치듯 우박만 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흙바닥에 검은 점이 질퍽질퍽 생겨났다. - P54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근데 여긴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 아닌 세상 아니냐고.- P95

걱정하는 마음, 그 마음이 점점 커져서, 내가 내 상처를 겁내는 마음을 가려버렸다.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가려 버리듯.- P100

걱정이 담긴 충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 내겐 그런 여유가 없었다. 타인의 말을 구기거나 접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여유.- P110

뜨거운 하루였다. 세상이 보온밥솥에 담긴 밥 한 그릇 같던 날씨.- P114

내가 몸담았던 모든 곳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철저히 혼자이고 싶었다. 나를 바꾸고 싶었다. 바꿀 수 없다면 버리고 싶었다. 버리고 다시 살고 싶었다.- P127

호명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병명을 알게 되자마자 병은 금세 깊어졌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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