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상에서 제일 이목을 끌지 않는 사람은 모두와 똑같은 사람이란다. 그래야 제일 안전하고.- P212
방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모두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심장박동소리가 누구 가슴에서 나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에서 힘이 풀렸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상황이었다.
그 단상에 서면 죽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멈춘 듯했지만 정적 속에서도 조용히 흘러갔다. - P215
"살 수 없다면 죽자. 다행히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맞아 죽는 것보다 낫다."
(...)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갔는데도 봄은 더디게 오고 있었다. 석양빛이 초봄의 한기에 얼어붙은 듯 열기를 내지 못해 그날 밤은 유난히 추웠다.- P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