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시치미를 뗀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내게서 다섯 발자국 정도의 위치에서 섰습니다. 즉 아침햇살에 길게늘어난 내 그림자의 머리 부분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 동물이 격렬히 몸을 움직였습니다. 이를 드러내고 지면에 달라붙는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입에 물고 질질 끌어올렸습니다. 그건 내 그림자였습니다. 그 동물은 내 그림자를 지면으로부터 벗겨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때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듯 몸부림쳤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나치게 예민한 탓일까요.
난 동물과 함께 사라지는 내 그림자를 향해 덤벼들었습니다.-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