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서 가장 독립적으로 살아 있는 기관이 바로 손 아닐까?
.
.
즉 행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상징일 수 있는 거지.˝] 194
작가의 말:
[새벽녘에 꾸었던 꿈, 낯선 사람이 던지고 간 말 한마디, 무심코 펼쳐든 신문에서 발견한 글귀, 불쑥 튀어나온 먼 기억의 한 조각들까지 모두 계시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이다.
ㆍ
ㆍ
언제나 그랬듯이, 내 몸에 머물렀던 소설은 가장 먼저 내 존재를 변화시킨다. 눈과 귀를 바꾸고,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바꾸고, 아직 걸어보지 못했던 곳으로 내 영혼을 말없이 옮겨다 놓는다.]
그녀가 평범하지 않고 비범할 수 있는 이유
그 외 어떤 사족을 달겠나
복장부터 제스처, 표정과 화제까지 그녀의 모든 것은 정돈되어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나 역시 단정하게 다림질해 귀를 맞춰 접어놓은 고급 손수건이 된 것 같았다.
ㆍ
ㆍ
이를테면, "그 농담을 곧이곧대로 믿고 사방에 퍼뜨리고 다녔으니, 제가 바보 같죠?"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마치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만족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은 자신의 가치가 그 바보스러움 따위로는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관용스럽게베풀어 보이는 겸손 같았다.- P210
그녀의 어조는 솔직하고 신랄했으며 동시에 사탕처럼 달콤했다. 누군가에게 인생 최대의 모욕과 욕설을 퍼붓는 순간에도 그녀는 저렇듯 친절할 것이다.- P214
내가 손에 오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사람을 만나면 손의 표정을 먼저 살피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기묘한 일이었다.
처음 받은 느낌은 그녀의 손님 몹시 차갑다는 것이었다.
ㆍ
ㆍ
그녀의 차가운 손.....- P297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내 손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나를 이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것, 네 얼굴보다 더 나에 가까운 것, 그것이 없다면 나는 없는 것이나 같은 것.- P310
나는 구역질을 느꼈다. 내 인생을 관통해온 그 쓸쓸한 미식거림을,
ㆍ
ㆍ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 때로 증오하고 분노하며 사랑하고 울부짖는다. 이 모든 것이 곡예이며, 우리는 다만 병 들어가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P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