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놀이공원을 간 게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놀이기구를 탄 게 언제였더라?
마지막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게 언제였더라..? 방금 전!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라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정작 롤러코스터 자체를 이해하려고 해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혁의 <롤러코스터를 읽다>는 바로 그 익숙한 비유의 대상을 인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책입니다.
역사와 물리학, 심리학, 건축, 디자인, 문화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가 놀이기구라고만 생각했던 롤러코스터를 하나의 문명과 기술, 그리고 인간 본능을 담아낸 문화 콘텐츠로 엮어내 보입니다.
그것도 재미나게!
무엇보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저자의 이력이다 싶습니다.
극작가와 방송작가를 거쳐 관광 스토리텔러와 테마파크 기획자로 활동했고,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의 테마파크를 직접 답사한 경험이 페이지마다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설명은 전문적이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습니다.
세계 최초의 롤러코스터부터 대한민국 롤러코스터의 역사, 중력과 G-포스의 원리, 인간이 왜 공포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지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놀이기구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선언합니다.
"그저 무서운 놀이기구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인류가 어떻게 공포를 놀이로 바꾸어왔는지, 기술은 어떻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스릴을 설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인간은 위험을 닮은 감각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지를 탐구하는 이야기이다."
- p.3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 어느새 롤러코스터의 승객이 되고야 맙니다. 기꺼이.
한 챕터가 오를 때마다 긴장감이 차오르고, 다음 장을 넘길 때마다 급강하하듯 새로운 지식이 쏟아집니다. 이렇게 할 얘기가 많았다고?!
그래서 책은 기승전결이 없지만, 마치 기승전결이 있는 듯 읽힐만도 합니다.
"롤러코스터는 단지 레일 위를 달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두려움을 길들이는 방식이며, 위험을 통제 가능한 쾌락으로 바꾸어 온 문명의 산물이다."
- p.3
결국 이 책 <롤러코스터를 읽다>는 롤러코스터를 설명하는 책이면서, 그 안과 밖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싶었습니다.
놀이기구의 역사와 기술, 물리학과 심리학을 총망라한 인문 교양서이면서도, 독자를 기꺼이 롤러코스터 탑승자로 만들어 지식과 감각을 함께 체험하게 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어트랙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짜릿한 책이었습니다.
P.S: 최근 MBC에 방영 중인 <놀러코스터>를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보게 되어서, 책의 이야기들을 출연자들의 혼을 빼놓도록 내달리는 놀이기구들에 얹어 보는 재미도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P.S2: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첫화는 롤러코스터 살인사건을 다룹니다. 지금보면 말도 안되지만 그 강렬한 인상의 롤러코스터를 첫 사건으로 등장시킨 의도는 다분히 예상가능한 부분이다 싶습니다.
P.3: 책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너 속의 코너 같은, ‘죽기 전에 타봐야 할 11개의 롤러코스트’는 묘하게 도장깨기 하고픈 충동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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