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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아보카도
  • 김혜영
  • 16,920원 (10%940)
  • 2025-05-30
  • : 310

  “그러므로 이 책이 내 성실의 증명이 되기를 바란다.”

  -p.257, 작가의 말 中


대개의 경우는 책을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을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 <아보카도>는 책을 받자마자 맨 뒷편을 펼쳐서 읽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일탈이라 하겠지요. 여전히 어색하고 부담스럽지만 더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으로 켜켜이 쌓여있을 퇴고의 순간들이 숨겨져 읽히는데 왠지 뭉클했습니다.


두 권의 수필집을 낸 김혜영 작가는 그간 모아둔 여덟 편의 이야기를 골라서 이렇게 단편집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니 신인은 아니지만 신인 같은 마음이라 했나봅니다. 어찌되었건, 여덟 편의 단편소설들을 읽고 난 첫 인상은 문장과 이야기가 가지런하고, 표면적이기보다 내면적이다 싶습니다. 그렇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 어느 곳, 도처에서 도사리고 있는 훅과 쨉이 제법 알싸하게 치고 들어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매운맛. ‘아보카도는 개뿔, 다이어트에는 역시 청양고추지.”

  -p.136, <아보카도> 中


그런가하면, 생활밀착형 혹은 살가운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줍니다. 눈에 보이는 외연을 설명하거나 관조하지만, 이 또한 마음의 움직이나 태도가 묻어 있게 풀어내고요. 그래서 ‘이야기가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거지?’하면서 읽다보면 ‘아, 이거 어떡하나, 참.’ 하게 되는 순간들을 제법 만납니다. 그 특유의 호흡법이 읽는 재미를 혹은 슬픔을 지그시 끌어올리거나 눌러줍니다.


  “오래전 기억 속에서도 어머니는 지금처럼 오열했었다. 마치 그때 다 울지 못한 울음을 가슴에 숨겨두었다가 끄집어 내 우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차마 은수의 이름은 부르지 못했다.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이름이라고 다짐한 사람 같았다. 어머니가 은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랐다. 내가 차마 부를 수 없는 내 딸의 이름을.”

  -p.198, <BABY IN CAR> 中


이야기들은 그렇게, 커다란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커다란 공간, 간격, 상실, 마음, 생각, 아픔, 기쁨 등등. 이런 일상에서 어쩌면 피하고 싶은, 또는 마주하고픈 순간들을 세심히 바로 옆에서 독자들을 맴돌며 펼쳐보여주듯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잔잔하지만 큰 파장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내내 머무르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성실의 증명, 또 읽어보고 싶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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