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또 누군가의 말에 기대며 살아가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이다”
-p.8, 프롤로그 中
작가의 마음은 단어와 문장과 페이지 사이의 호흡으로 독자에게 닿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태완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를 읽어내며 내내 제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태도를 입은 마음이 활자로 2차원의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다가, 페이지가 펼쳐지면 조금씩 꿈틀대더니 마침내 생생하게, 훨훨 날아서 혹은 반사된 빛에 실려 저의 눈동자 안으로 도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진심, 이라는 것.
분주했던 마음은 그렇게 글을 만나고, 공원 한켠에서 혹은 강변을 거닐며 마주한 석양에 마음을 빼앗긴 듯 곳곳에 아로세겨둔 이근호 작가의 사진들까지, 초여름의 더위를 단번에 잊게 하기에 넉넉했습니다.
“끝으로 당신이 뒤늦게나마 알게 되기를. 나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되고, 또 얼마나 사랑스러이 지켜보는 존재인지를.”
-p.63, 잊지 말라는 기도 中
정말 소중한 것들은 그저 선물처럼 주어진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말을 믿습니다. 알량한 자존심이나 무기력한 노력 같은 걸로 소유하거나 찾아낸 것들이 아니라, 정말 존재하는 이유로 소유하게 되는 무수한 것들 말입니다. 때론 그걸 탓하기도 했었고, 의도없이 생채기를 내가며 회피했던 그 소중한 것들을 기억해냈습니다. 그 의미를, 그 사랑스러움을 말입니다. 그 마음, 먹게 해준 글들이 고마웠습니다. 또 그렇게 한동안 잊지않을 수 있을테니.
“오늘 끼니는 제때 챙겼는지,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혹 아픈 곳은 없는지 다정히 물어보는 것.”
-p.128, 한 줌만큼의 정성 中
10여 년 전, 설연휴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길은 귀향길에 오른 자동차들로 주차장이었고,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몇 시간이나 더 걸릴지 모르는 상황. 그렇게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해질 녘에 도착해서야 응급실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만났다. 그렇게 지샌 밤. 밤새 별의 별 생각들이 수천 수만번도 넘게 머릿 속을 들락날락했던 그 밤을 통과하다 깨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에 깨어보니, 보조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의 머리에 힘겹게 내민 어머니의 손이 전하는 안부였습니다.
“밥은 먹었나? 막히는 데 뭐하러 내려왔노?”
어눌해져버린 어머니의 입술을 움직여 처음 뱉은 말이었습니다.
“이맘때의 나는 늘 처음인 것처럼 사르르 녹는다. 기쁘게 무너진다. 잘 살고 싶다. 이 기분에 힘입어 꼭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여름이 왔으니까.”
-p.279, 유월, 익숙함 속의 숨결 中
잘 살고 싶게 하는 힘이 생기게 하는 글, 지쳐서 둔탁해진 마음을 몽글몽글 살아나게 하는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니, 폭염 중 만난 소낙비 처럼 안팎의 저란 사람이 자라나는 듯 평온하고도 든든해집니다. 하태완 작가의 글에는 그런 지지와 공감, 그리고 그저 내버려둬도 괜찮다며 점점 멀어져서 마침내 차창 밖 소실점 너머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는 사랑들을 기억하게 하는 생생한 힘이 담겨있었습니다.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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