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기획 이야기>
이소진 지음 | 나무연필
이 책의 부제는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입니다. ‘그 시절’을 일부 공유했던 독자로 이책의 초록초록한 커버는 너무나 설레이는 것임에 분명했습니다. ‘동아기획’이라는 그 시절이었기에, 그곳의 가수들과 음악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시간 속으로 치밀하게 몰고들어가는 이 책은, 그래서 성실하고도 애정 가득한 작가였기에 가능한, 발군의 이정표에 다름아니다 싶었습니다.
책은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연대기 순으로 동아기획의 족적을 훑어내며, 탄생과 역사, 정체성, 노랫말의 세계관, 장르적 스펙트럼, 남긴 유산을 밀도 높은 정보와 문장으로 빼곡히 채워내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마음을 감동으로 들었다놨다 했던 책머리 다음에 붙어있느 ‘동아기획의 타임라인’ 꼭지였습니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동아기획을 이야기하기 전에, 앨범 커버들을 시간 순으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가지런히 들려주는, 1982년에서 2010년까지의 작은 역사는, 마치 스마트폰의 음악감상 어플 속에 들어가서 앨범 커버 모양의 버튼을 눌러서 음악을 들으며 읽어가는 듯한 환청마저 들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소환되는 그 시절, 그 음악들과 사람들과의 추억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로 변화되어간 매체에 대한 기억까지도!
“이 책은 나의 박사학위논문 ‘동아기획의 음악적 실천과 가요사적 의미’를 재구성한 뒤 대중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p.8, 책머리 中
박사논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래서 저자 이소진의 성실히 모아진 자료들과 음악에의 순수한 애정들이 행간에 눈에 띄게 늘어서있음을 읽어내는 내내 피치못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덕분에 오롯이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책이지만 실시간적 감정도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덕규는 들국화 공연에 자주 게스트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인과 촌장 2집을 동아기획에서 만들었다.”
-p.53, ‘2장. 동아기획의 역사’ 中
용돈을 모아서 방과 후, 동네 레코드 가게에 수줍게 들어가 구매하기 시작할 즈음에 수집(!)했던 카세트테이프들 중엔 ‘시인과 촌장’과 ‘들국화’가 당당히 들어가 있기에 더욱 2장의 이야기들은 너무 신기하고 재미나게 읽었고, 몰랐던 ‘시인과 촌장’과 동아기획의 인연을 알게되고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4장은 저의 마음을 구석구석 헤집어냈습니다. 아름답고 스산하거나 쓸쓸하지만 불편하지 않게 오히려 위로받고 위로할 마음을 지니게 하는, 지금 읽으며 흥얼거려도 너무 생생한 노랫말들을 가수들 이야기와 보듬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시대에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꿈꾸며 노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버팀목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p.146,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나는 누굴까 아무 꿈 없질 않나”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다. 타인을 찬찬히 관찰한 뒤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 노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p.164,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노랫말에 대해. ‘’4장. 노랫말을 통해 살펴본 세계관’ 中
저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했듯 논문을 바탕으로 쉽게 다시 풀어쓴 책이기에, 이 책은 각장을 통해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를 채워내는 논문의 틀거리나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장과 이어진 주석과 음반 리스트는 조금 아쉬운 게 사실인데, 아마도 제가 가진 개인적인 추억이 함께 더 오랫동안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이젠 더이상 이런 레이블을 가질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 <동아기획 이야기>는 그 시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이나, 나중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아기획의 음악들을 만나게 된 MZ세대들에게도 썩 괜찮은 음악 해설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전 앨범들은 속지, 가사지나 해설서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요즈음의 애플뮤직이나 멜론 에는 음악 뿐이라 아쉬운 마음이라 이런 음악, 레이블, 가수에 대한 책들이 대체재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입니다.
동아기획과 동시대를 살아낸 것이 다시 돌아보아도 선물 같았다 싶게 만들어준 이 책은, 제겐 그래서 또다른 의미의 선물이었습니다.
PS. 이 책을 읽으면서 구독하고 있는 애플뮤직에 ‘동아기획’ 플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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