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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김밥천국 가는 날
  • 전혜진
  • 15,750원 (10%870)
  • 2025-04-09
  • : 1,525

“김밥천국은 프랜차이즈라기 보다는 간판만 공유하는 개별 동네 식당인거 같어.”


언젠가, 누군가 그랬습니다. 분식집 답게 여러 종류의 김밥들이 메뉴의 상단에 포진하되 밥류와 면류가 고르게 포진하며 누구라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최대한 담고 있는 만물상 같은 개별 동네 식당. 그래서 직장이 있는 동네의 김밥천국 떡볶이 맛이랑 집 근처에 있는 김밥천국 떡볶이 맛이 다른 거였나 싶습니다. 간판만 공유하고 메뉴나 레시피는 그야말로 주인장 맘대로.


익숙한 듯 한 작가의 이름이라 소개글을 열어봤는데,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전혜진 작가. 스릴러, 호러 장르를 쓰는 작가라는 소개글에 순간 책의 제목이 ‘김밥, 천국 가는 날 (Kimbap, the day heading for heaven)’ 로 오독 할 뻔했습니다. 김밥에 들어있는 시금치 같은 초록의 책 표지는 열 가지 김밥천국의 메뉴들이 노오란 단무지 색으로 구분된 연작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인천 소재의 김밥천국에 머무르고 얽혀드는 이들의 이야기, 혹은 어쩌면 우리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살갑게 들어차있습니다.


  “나는 그곳을 배경으로 어느 도시에나 있을 수 있는 인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천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간 김밥천국이라는 이름과, 저 신포동 쫄면에서 시작해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p.350, ‘작가의 말’ 中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걸 단어들을 보듬어 문장을 짓고, 문장들을 기워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세워가는 작가들이 대단하다 싶다가도, 하염없이 그 속내를 내보이는 부분에서는 묘한 동지의식 같은 마음이 생기고는 합니다. 이 책은 즐비한 메뉴들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에 들려주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시작했습니다.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으로 말입니다. 덕분에 열 가지 메뉴들을 맛보는 내내 작가의 그 허기진 마음과 따뜻하게 내민 손과 그저 물끄러미 바라봐주는 눈길이 느껴져서 좋았고 흐뭇했고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영주는 반쯤 먹었지만 아직도 따끈따끈한 오므라이스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며, 할아버지가 상상해본 적 없을 미래를, 한 숟갈 더 입에 넣었다.”

  -p.110, <오므라이스> 中


  “수연은 문득 황상식의 장례식 육개장을 생각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마땅할 저 인연처럼, 결대로 찢어진 질긴 고기와 토란대, 숙주, 고사리 같은 섬유질이 질긴 채소들이 푹 물러 어러져 오래오래 끓여졌을, 고추의 매운맛과 파의 칼칼한 맛이 더해졌을 그 맛을.”

  -p.280, <육개장> 中


언젠가 부터 먹방이 유행했고 얼마 전 넷플릭스에 공개된 요리경연 프로그램도 그렇고, 어린 시절 엄마의 손맛과 마음이 깃든 소울푸드와 새벽 출근길 한입 베어무는 삼각김밥까지. 우리네 인생은 음식 이야기를 빼놓고는 풀어내기가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살아내는 공간의 이야기까지 버무린 <김밥천국 가는 날>은, 어느 사람이 고파서 허기진 날에 가끔은 땡기는 메뉴를 펼쳐 읽어보면 괜찮을 혼밥 같은 책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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