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 만든 전설적인 밴드 ‘산울림’으로 시작된 싱어송라이터이자, 오랜 라디오 디제이, 그리고 대단히 인상적인 역할로 출몰하는 배우, 김창완은 그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인장을 남기는 그야말로 만능 앤터테이너, 그 자체라 할만 합니다.
이 책 <이제야 보이네>는 1995년에 출간되었던 <집에 가는 길>을 30년 만에 재출간하는 것으로 추가로 새로운 글과 시 몇 편을 더했습니다. 30년이 지났지만 작가 말대로 여전히 싱싱한 풋사과 향도 나고 작가 개인의 이야기지만 함께 시간을 통과했던 독자들에게도 공유할만한 흔적이 된다 싶습니다.
“저는 삶이 답을 구하는 기회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p.7, ‘개정판 프롤로그’ 中
신기하게도 책을 읽어내노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디제이 김창완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잔잔히 때로는 신나게 흥얼거리는 노래하는 김창완이 들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말하듯 노래하고 생각하듯 말하는 작가 특유의 톤이 문장으로도 살아나게 하는 그의 글들은, 그래서 읽으면 내내 글맛이 납니다.
책은 앞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총 4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작가의 인생에서 마주했던 아픔과 상처를 통해 내면과 외면에 남겨진 이야기를,
2부는 잃어버리거나 사라지고서야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3부와 4부는 작가 특유의 삶을 대하는 방식에서 나오는 지혜로운 충고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도대체 어머니의 인생 굴곡과 내 삶의 일부를 이루는 아버지의 기구한 운명은 어디서 어떻게 접혀지고 어디서 부딪치고 어떤 식으로 우리 가족의 과거와 미래를 결정짓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p.34
아버지의 죽음과 이에 대한 어머니 일기와 자신의 마음의 지도를 다소곳이 그려내는 말투는 예의 김창완이지만 그래서 김창완이기도 하다 싶습니다. 누구라도 마지했고 마지할 누군가 소중한 이의 상실 혹은 부재가 주는 그 마음을 위로하기 보다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법을 들려주는 그의 말과 태도가 지금을 지나는 저의 개인적인 이유로 더욱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노래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어머니의 노래는 거친 세상을 건너와 강가에 묶여있는 빈 배다. 그 배가 왜 거기 와 서 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 배는 우리의 어머니들을 많은 세파로부터 안전하게 모셔온 남루하지만 고마운 배다.”
-p.124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노래는 가끔 듣기도 했고 스마트폰 어딘가에 녹음파일로 저장도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노래는 잘 기억 나지 않습니다만 하나의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데, 초등학교 오륙학년 쯤에 아픈 저의 머리 맡에서 기도하시며 읊조리던 찬송가 소리였습니다. 지금에서는 어떤 곡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항상 돌아보고 떠올려보면 마음 한켠 뻐근하게 뭉클한 순간으로 내내 남아있습니다. 남루하지만 고마운 배..
“감사는 만물에 보내는 나의 갈채입니다.”
-p.322, ‘에필로그’ 中
그래서 김창완이라는 이름은 따스함입니다. 젊은 시절 불렀던 산울림의 노래는 당시는 파격적이고 발랄했지만 지금에서 들어보면 내내 베어있는 기운은 따스함이다 싶습니다. 오랜 시간 아침 라디오 디제이를 하며 청취자들과 소통하던 그 따스한 목소리가 그랬고, 이 책에서도도 삶을 관조하되 내버려두지 않고 다가가 보듬어주는 태도가 말과 글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는 듯 느껴집니다. 추가된 걸로 보이는 시들은 특히 그의 감성이 내내 아른 거려서 좋았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기만 하던 김창완, 그가 이제야 조금 보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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