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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모데란
  • 데이비드 R. 번치
  • 18,000원 (10%1,000)
  • 2025-02-28
  • : 2,810

  “가장 큰 소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제길, 그게 무슨 소리요, 여긴 모데란인데!

당장 정신 차리시오! 심장을 고르거나 썩 꺼지시오.

마음에 드는 심장을 선택하거나 자동 보도에 오르란 말이오. 한심한 작자 같으니!”

  -p.583, <마음을 앓는 이와 창고지기> 中


1925년 생인 작가 데이비드 R. 번치의 탄생 100주년을 비로소 국내에 소개된 그의 57편에 달하는 중단편들을 엮어낸 책 <모데란>은, 그래서 기이하지만 대단하고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긴 여운을 어김없이 남기고야 마는 작품들입니다.


마지막에 배치된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시집에서 발췌된 <마음을 앓는 이와 창고지기>에 이르면, 50여편의 이야기들은 모데란이라는 거대한 대지 위에 쓰여진 서사시가 되고 마지막 시는 마침내 이르른 계시록이 됩니다.


  “뼈르 작업할 때는 가장 깊은 내면에서 울리는 듯한 특별하고 특별한 고통이 따랐다. 마치 드릴로 1만 2천 개의 치아에 동시에 구멍을 뚫으며, 모든 드릴이 신경을 건드리는 것만 같았다. 위이이아아아오오오…… 위이이아아아오오오…(후략)”

  -p.78~79, <그날 나비는 독수리만큼 컸다네> 中


1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보여주는 끝모를 만화경 혹은 지옥도와도 같은 문장들은 오감의 끝까지 자극해내며 드라마트루기 형식을 뛰어넘는, 4D영화를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피부를 덮은 모든 솜털들이 흔들리는! 과연 SF 매니아들의 컬트적 전설이라 불리우는 이유를 모를 수가 없는 작품들이 오롯이 들어차 있는 선홍빛 진국입니다.


  “그런데도 항상 누군가-어떤 세력이-현실을 구슬려서, 증명되었고 증명될 것들을 추측해야 하는 꿈과 같은 것으로 바꾸려 들지. 가장 명확한 진실에 꽃 한 송이를, 십자가를, 광휘를 두른 별을 올린 다음,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는 거요. “

  -p.371, <경고> 中


번치의 소설들은, 그저 자극적인 표현으로 치가 떨리고 질리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숨은 의도로 혹은 대놓고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생각을 강요(!)합니다. 우리가 쌓아올린 역사와 그 폭력의 결과의 흥건한 자국들이, 누구의 죄과인지 어떻게 벌을 받을지 생각해보라고, 아니 벌 받아야 싸다고 대놓고 공격해버립니다. 평화를 가장한 폭력과 전쟁이 만연한, 누가보더라도 거짓인 지금도 세계 도처에 파다한 그 현장들을 예견하듯 고발합니다.


그리고 다시, 성경의 마지막에 위치한 계시록처럼, 번치의 마지막 생각에 도달한 말은 “심장! 심장!! 심장을!!!” 그렇게 외치듯 예언합니다.


#데이비드R번치 #모데란 # 조호근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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