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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고양이와 나
  • 이종산
  • 15,120원 (10%840)
  • 2025-03-19
  • : 2,600

개인적으로 고양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습니다. 이는 소싯적 한 사건에 기인하는데 여전히 강한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몇 해전 부터 반려묘를 둔 집사님들의 우후죽순식 등장이 솔직히 그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고양이하면 떠오르는 작품들하면, 영화로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외계생물체로 등장하는 <캡틴마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하드캐리하며 등장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 장편애니상을 수상한 <플로우>가 있습니다. 문학작품으로는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리고 언제봐도 좋은 마음이 되게 하는 미키 마이런의 <도서관 고양이 듀이> 등이 있습니다. 



여기 무시무시한(?) 상황에 처한 나의 이야기 <고양이와 나>가 있습니다. 퀴어 커플인 내가 새해 맞이 보신각 종이 울리던 그 때 고양이의 외양을 하고 있는 어쩌면 신이 두사람 앞에 나타나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그들은 이 상황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혹은 큰 동요됨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묘사하는 작가의 천연덕스런 문장 덕분인지 읽고 있는 제 자신도 한번 ‘헐’하고 대뇌인 다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끝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없이 우리 둘에게 종이를 하나씩 내밀었다. 나는 종이를 받아서 읽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p.16, <고양이와 나> 中


타노스가 스톤들을 모아서 건틀렛을 장착하고 손가락을 튕겨서 절반의 생명체를 죽이는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순간 눈 앞에서 고양이로 변해버리는 것을 경험한다? 이게 만약 영상화되어 구체적인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또 달랐겠지만, 아마 황당무계한 일본 영화의 느낌이지 않았을까,  2차원 종이 위에 글자와 여백으로 마주하니 신기하리 만큼 담담했습니다. 아니 재미났습니다. 어차피 내가 당한 상황이 아니어서 있을까요?


  “그러다 갑자기 고양이가 됐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테고, 고양이가 되고 보니 마음에 드는 점도 꽤 있다.”

  -p.176, <고양이가 된 나의 입장> 中


고양이로 사는 것, 그런 대상을 이해하는 것,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내는 것… 사랑해내는 것의 거창하지 않지만 은근히 알아내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이야기로 풀어낸 편지 같은 책이다 싶습니다. 당신에게 고양이 같은 대상은 무엇인가, 어떤 고양이를 제일 좋아하나, 어떤 고양이가 되고 싶은가…?


  “이 원고는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썼던 모든 책들이 그랬듯이 세상을 짝사랑하는 저의 마음이 담긴 글입니다.”

  -p.247, 작가의 말 <이름 없는 출판사에 드리는 글> 中


수많은 조건과 그와 엮여있는 관계와 또 그만큼의 경우의 수에 경우의 수를 곱한 확률로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우리들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를 내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이야기, 너무 착하고 고운 이들의 햇살 아래 기지개 켜는 고양이 같은 마음에 한없이 조화롭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프게 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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