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과 그 이후 한동안의 기간은 아마도 오랫동안 우리의 커다란 생채기로 남겨질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서로에게 제공해준 잊힐 수 없는 시간들이 될 것도 분명해보이고요.
이 연대의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강력한 연대의 시간과 그 공간, 빛들을 체험해낸 아홉 명의 우리라고 묶일 너들의 마음과 기억들이 오롯이 각자의 방식으로 써내려간, 내란 사태에 맞서고 사유하는 광장의 여성들의 속살거림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할 즈음에는 모두가 함박웃음으로,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숙제로 마음은 묵직하지만, 어깨를 걸고 봄이 내려앉은 광장을 떨치고 일어날거라, 신앙처럼 믿었건만 여전히 헌재의 입술은 달그락 거리기 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 <다시 만날 세계에서>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를 기억하며 통과하며 꿈꾸는 시간여행자의 일기장이자 연설문이자 또한 코인노래방이다 싶습니다.
“자유란 우리가 선택하는 참여를 통해 실현되는 삶의 각주이다. 삶은 선택된 참여의 지평들을 통해 한 줄 한 줄이 쓰여 이야기를 갖게 된다. 이러한 참여를 가리켜 문화라고 부른다. 고독하게 혼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여 관계 맺는 것, 그 선택을 바로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를 선택하고, 향유하고, 소비하고, 소유하는 것이 자유이다.”
-p.22, 강유정 <빛의 호위, 다정한 서술자들의 연대> 中
바람과 상황에 마구 흔들리지만 끝끝내 제 몸을 녹여 불꽃을 사그라뜨리지 못할 촛불의 연대가 박근혜 탄핵 국면의 광장의 연대였다면, 손발을 휘저으며 익숙한 노래와 노랫말에 의미라는 에너지를 담아 응원봉의 색색깔의 빛깔로 광장으로 흘러나온 지금의 연대는 그렇게 사그라들기는 커녕 자꾸만 밝아지는 착시마저 경험케 합니다. 쉼을 공유하고 휴가를 공유하며 먹거리를 공유하고 감성을 공유하며, 그럴 자유를 자유롭게 선택한 광장의 그녀들이라는 응원봉들!
“끝도 없는 ‘이해할 수 없음’ 이후에 나를 찾아온 감정은 공포와 불안이었다. 20세기 말에 태어난 내가 ‘계엄’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한국사 교과서뿐이었다.(중략) 그것이 살아 돌아왔다. 이미 장례를 다 치르고 유골함에 꾹꾹 눌러 담은 후, 이 세상에서 완전히 떠나갔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우리 앞에 생생하게 얼굴을 들이밀 때 느껴지는 당혹감.”
-p.80~81, 유선혜 <깨진 유리 틈새로 번지는 노래를 받아 적는다> 中
그래서 이 내란 사태가 생산한 분노와 증오와 반목과 분열의 광장의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헌재는, 아니 분명히 헌재는 탄핵 인용 결정문을 읽어내릴 것인데, 그 이후의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저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할 그 진공의 시간같은 광장의 우리들은, 그녀들은 어떻게 이 연대의 맞잡은 손과 드높인 응원봉을 어떻게 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또 미래의 우리들은 과거로 되돌이켜볼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기억해내고 교훈이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질까…
“그래서 기적은 특별하지 않다.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한 명 한 명의 ‘우리’일 따름이다.”
-p.210, 전승민 <다른 미래를 원한다면> 中
그래,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한 명 한 명의 우리일테니! 그저 고마운 동지, 친구, 너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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