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보게된 <안의 작사-사쿠라기 안, 하이쿠 시작했습니다>라는 2부작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시골 출신의 여대생 (히로세 스즈 분)이 우연한 계기로 하이쿠와 랩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물이었습니다. 유치했지만 하이쿠를 다루는 방식이나 그 시어들의 함축성이나 서정성은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에 이은 모음집 2편에 해당합니다. 세줄짜리 센류에 담겨있는 가벼운 위트와 묵직한 메시지가 일본 전역을 휩쓸었다고 하니, 그 다양한 문화적 섭취력과 어르신들에게 이런 기회들이 주어지는 분위기가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일드 <안의 작사…>에서 다루는 하이쿠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의 센류가 무슨 차이가 있나 찾아봤습니다. 형식상 5-7-5 의 음률 형식의 정형시라는 측면에서 하이쿠와 센류가 동일하나, 그 차이는 센류는 자연이나 이를 빗댄 내용이라면, 하이쿠는 그 주제나 내용면에서 훨씬 자유로워서, 당대의 사회, 정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담거나 일상의 소소한 관찰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센류의 특징 중 ‘일상의 소소한 관찰’을 그 주요 소재로 합니다. 특히 ‘실버 센류’ 공모전을 통해 가려뽑은, 노년을 활기차게 즐기는 내용이나, 유로실버타운의 생활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이라 주로 건강, 치매, 죽음, 세월의 무상함 등을 짧은 세줄 시에 가볍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차
구입한 그 책
벌써 세 권째”
-p.81
“자식이 내 사진
찍으니 걱정된다
여기 병실인데”
-p.106
한번도 직접 경험해보지도 누군가의 경험담도 들을 수 없기에, 그 막연함이 공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온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정답인 ‘죽음’을 대하는 즐거움과 초연함이 담긴 센류들을 보고 있자니 웃프다가도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합니다. 모두 나의 이야기이거나 나의 이야기가 될 이야기들이기에.
“아 늙었네
하지만 괜찮아
다 늙었어”
-p.120
그래서 이 책은 저에게 위안이었습니다. 그렇게 어제보다 오늘, 하루 더 다가서는 그 끝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한 수 배워냅니다.
저만의 센류를 써내려가 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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