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세계관의 창조자 중 하나인 연상호 감독의 발분에서도 언급되었듯,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뻗어 낸 세계관과 파생된 이야기들이 만들어낸 작품들, 그리고 저 유명한 <스타워즈>가 지금껏 우려내고 있는 세계관의 확장과 프리퀄, 스핀오프, 씨퀄들은 그렇게 원작에 흡수되고 분리되며 거대한 가지를 뻗어가는 나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확장의 과정과 역사가 오히려 원작의 이야기와 세계관에 흠집을 내거나 원작의 팬들에게 호되게 당하게 되거나 그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변주에 그치거나 나락으로 떨어진 숱한 예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러기에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 기획되었을 이번 앤솔러지 <지옥 : 신의 실수>는 그래서 조바심을 내면서도 걱정을 잔뜩 안고 펼쳤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다섯 명의 작가들이 분명한 몇가지 설정들 위에서 펼쳐낸 다섯 개의 이야기는 감히 ‘지옥 유니버스’를 견고히 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며, 프리퀄, 씨퀄, 스핀오프 같은 또다른 <지옥> 시리즈들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연상호과 최규석 두 크리에이터의 의도가 채워지며 그들의 손을 떠나는 시발점이 된 작품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역시, 만화와 영상으로 만나는 눈과 귀로 만났던 이야기와는 다른 감각, 문장들이 눈으로 쏟아져들어오는 정보와 그에 기반한 상상력만으로 <지옥>의 세계관을 만나는 것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말입니다.
죽음의 공포가 그 시점과 죽음 이후에 대한 미지에 기인하고 이를 피하거나 연장하고자 인류는 수많은 발명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을진대, 과연 그 시점을 알게된다면 그 공포는 경감되거나 사그라들것인가? <지옥>은 그렇지 않다고, 그 과정에서 숨겨진 개개인들의 공공연한 비밀들이 공개되어 시연에 이르는 과정의 또다른 국면의 공포가 생성되며, 때로는 이것이 사적제재 혹은 구원을 가하는 무리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까지 이른다는 데에서 그 세계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에게 고지는 더 이상 사형 선고가 아니다. 대충 형량을 채우다 운 좋으면 출소하는 개념이거나, 특별 사면의 희망이 있는 미지의 징역살이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p.36, <지옥 뽑기> 中
“지금까지 고지와 시연이 살인, 즉 범죄로 분류되지 않은 것은 거기에 인간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p.100, <묘수> 中
“수임은 궁금했다. 세상은 거짓과 광기로 뒤덮여 비유로서가 아닌 실제의 지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신이 세상을 손수 지옥으로 만든단 말이지?”
-p.124, <불경한 자들의 빵> 中
“두렵고 또 두려워하는 게 합쳐져야 진정한 공포가 되는 거야.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거. 언제까지 두려워할 거야. 우리라도 세상을 구원해야 하지 않겠어?”
-p.173, <새끼 사자> 中
“애초에 왜 지옥이 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어. 내 죄가 그토록 큰 것이었을까?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지도 모라. 그냥 신의 실수일지도 모르지.”
-p.233, <산사태> 中
지옥 세계관에서 출발했지만, 또다른 지옥의 면면을 그리고 이를 마주하는 인간 군상들의 맘과 몸을 훑어내듯 그려내는 자작자작한 문장들, 그리고 자꾸만 그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영상을 상상하게만 하는 묘하고도 생생한 경험을 하게하는 다섯 개의 동굴을 통과해낸 듯 했습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놀이 동산에서 만났던 ‘귀신의 집’ 같은 공포의 추억을 소환해낸듯 했습니다.
#지옥 #신의실수 #지옥신의실수 #은행나무
#류시은 #박서련 #조예은 #최미래 #함윤이
#연상호 #최규석 #원작 #지옥앤솔러지 #소설집
#소설 #문학
#고지 #시연 #사자 #새진리회 #화살촉 #정진수 #박정자 #부활 #북스타그램
#도서제공 #서평단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