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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강덕구
  • 16,200원 (10%900)
  • 2024-12-10
  • : 1,680

  “이 책의 주제는 어둠과 빛, 단독자와 다수, 시작과 끝, 현실과 허구처럼 양극단에 위치해 서로 대비되는 가치 간의 투쟁이다.”

  -p.11


확실히 20세기는 달랐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21세기와는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간혹 기사로 접하는 내 젊음의 시간을 뜨겁게 했던 작가, 감독, 배우, 가수, 연주자의 부고는 그렇게, 아직 끝나지 않은 듯 여겨지는 20세기의 황혼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20세기의 종말은, 그 시대만이 가지는 특별함 때문에 더욱 애틋합니다.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그런 시대를 다시는 볼 수 없으리란 슬픈 예감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제가 읽은 이 책은 그런 20세기에 대한 작가의 고해성사이자, 여전히 입안에 감도는 그 시절의 맛을 그리워 하는 연애편지에 다름아닙니다.


  “이 책은 어둠의 이러한 두 가지 양식을, 즉 어린 시절 나를 감쌌던 따듯한 어둠과 죽음을 선포하는 어둠을 내 나름대로 번안하고 해석한 결과물이다.”

  -p.21


물론 이런 고해성사나 연애편지 류의 글들이 담는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확장시켜 시대의 공기로 확산시켜내는 시도에는 분명한 한계 혹은 아쉬움이 남게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중간중간 예로 드는 영화들, 문학작품들, 음악들, 정말 유명해서 영화사나 문학이론서, 음악사 관련 책들에서 익숙한 제목들이지만, 을 많은 경우 접해본 적 없는 컨텐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의도는 알아챌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 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넘겨짚기가 되기 일쑤입니다. 물론 언급된 영화들을 리스트업해서 영상원이나 도서관을 섭렵해보리란 다짐을 일단 해봅니다.


특히나 <끝: 1990년대에 데뷔하여 2000년대에 절정을 맞이한 미국인 영화감독들의 눈에 비친>에 언급된 감독들과 영화들을 통해 풀어낸 20세기 끝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꽤나 정성들여 읽게 되는 구석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헐리우드 키드로 살았던 유년기의 기억이 입시의 과정에서 문화적 권태기를 가까스로 통과하고 마주한 문화적 해방감이 주어졌던 바로 그 시기와 그야말로 딱 맞아떨어졌던 그 시간들, 그 공기와 그 시절의 마음들이 마구 떠올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20세기에서 끝에 등장한 영화감독들, 제임스 그레이, 웨스 앤더슨, 폴 토마스 앤더슨, 쿠엔틴 타란티노, 노아 바움백, 이 보여준 20세기의 아름다움 또한 오늘날 죽음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어떤 영웅이기도 한 그들을 T.S 엘리엇의 시구로 인정해내는 폼은 정말 미쳤다 싶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1부는 “20세기, 집을 떠난 영웅들”을, 2부는 “21세기, 집을 잃은 영웅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후반에서는 21세기 한국문학계에 등장한 어떤 경향, 특히 정지돈 작가와 박대겸 작가의 작품들과 주변부의 흐름들을 포착하는데 노력합니다. 또는 영화와 음악에서 포착한 유아인, 하정우,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의 연기와 얼굴과 음악과 이야기에서 보여준 어떤 순간들을 끌어옵니다.


20세기가 종말을 고하며 영웅들이 집을 떠나버리고, 그렇게 맞이한  21세기에는 영웅들이 집을 잃어버렸지만 새로운 영웅의 출몰의 어떤 예감을 건드리며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끝까지 문화와 시대의 공기를 종횡무진 흐뜨리며 문장으로 나아갑니다. 더없이 힘차게 그리고 안절부절하면서.


  “더 이상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웅과 배신자 모두 얼굴을 무한히 바꾸는 너와 나의 모습을 취할 것이며, 그렇게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세계일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영웅은 끝을 향해 걸어간다. 그들은 그렇게 전진할 수밖에 없다. 영웅과 배신자는 자신들이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황무지를 향해 걷는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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